서울 대치동에 사는 주부 이모(33)씨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메르스 관련 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건강한 어린이 메르스로 사망’ ‘인구 청소 수준’ 등 무시무시한 글들도 눈에 띄었다. 딸과 함께 집에만 있던 이씨는 결국 이달 초 남편만 남겨둔 채 시댁인 제주로 갔다. 이씨는 “카톡과 트위터로 오가는 글을 보고 있자니 무서워서 더 이상 서울에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두려움의 감정이 SNS를 타고 빠르게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NS상에 질병 관련 정보나 사건·사고에 대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데 따른 것이다. 범죄 건수가 줄고 있는데도 두려움은 오히려 커지는 기현상도 나타난다. 지난 1월 경찰청이 발간한 ‘치안전망 2015’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살인·강도 등 주요 강력범죄는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감성은 반대였다.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온라인 공간에서 ‘두려움’과 관련한 감성 연관어는 37%가량 증가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속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괴담이 퍼져나갔다. 특히 30~40대 엄마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메르스가 아니라 탄저균이 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되면서 두려움이 극대화됐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사안이라도 반응이 더 민감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감염병의 확산이나 재난 현장의 공포가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국민에게 공유되고 있기 때문”(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라는 것이다.
SNS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 유통되는 정보량이 증가한 것도 원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전국 1만464명을 대상으로 한 ‘2014년 한국 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2011년 16.8%였던 SNS 이용자 비율은 2014년 39.9%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SNS에서 전파되는 감정 가운데 두려움의 강도가 가장 강한 편”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낄 때 소문을 더 쉽게 믿게 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소문을 더 많이 퍼뜨리는 경향이 있다”며 “SNS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손국희·조혜경·윤정민 기자 fon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