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 알려진 뒤 외래환자·병문안객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2015.06.07 17:41

수정 2015.06.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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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병원은 환자는 물론 병문안객 발길까지 뜸해지고 장례식장 이용이 감소했다.

환자가 3명 발생한 대전시 건양대병원 측은 7일 “평소에 비해 외래 환자는 30%, 병문안객은 절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이 병원 박창일 원장은 “지난달 28일 환자가 왔을 때 이미 메르스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질병관리본부가 아무 정보를 주지 않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메르스 환자라는 연락은 이틀 뒤에 받았다”고 말했다.

환자가 거쳐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은 하루 2500명가량이던 외래 환자가 1500명 안팎으로 감소했다. 병원 관계자는 “트위터에 병원 이름이 나돈 지난달말 이후 장례식장 이용객과 응급환자도 절반이 됐다”고 했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서울아산병원에는 안전한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병원 측은 “메르스 환자가 왔을 당시 응급실 내원객이 너무 많아 접수한 뒤 10분도 되지 않아 나갔다는 점을 설명한다”며 “아직 큰 동요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트위터에는 “다음 주에 가족이 수술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나”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명단에 병원 6곳이 포함된 경기도 평택시민들은 외출을 삼갔다. 시민 나윤희(52ㆍ여ㆍ평택시 합정동)씨는 “어제부터 두통이 생겼는데 메르스에 옮을까봐 병원에 가지 않고 있다”며 “두통이 심해지면 다른 도시의 병원을 찾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 발표가 뒷북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SNS 등을 통해 병원 이름이 알려진 뒤에야 명단을 공개했다는 불만이다.

3명 환자가 발생한 대전시 대청병원 인근 주민 김정옥(51ㆍ여)씨는 “어느 병원인지 몰라 불안해할 때는 꼭꼭 감추더니, 어느 병원인지 동네사람들이 다 알게 된 이제와서 명단을 공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7일 명단을 발표하면서 서울 성동구의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을 군포시 소재라고 잘못 발표하는 해프닝도 빚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경기 성남ㆍ부천시가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자의 거주지와 직장 등을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1차 검사 양성반응 환자 발생, 현황 및 조치내용’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통해 해당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과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를 공개했다.

김만수 부천시장도 같은 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이모(36)씨의 아파트와 직장명, 잠을 잔 찜질방 등을 공개했다.

두 시장은 “국민의 알권리와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변호사협회 최미라 대변인은 “직장명과 아파트 이름을 공개하면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만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백선기 부천시민연합 대표는 “환자 개인정보를 누설한 게 아니라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공익적인 측면의 정보 공개”라고 옹호했다.

신진호ㆍ최모란ㆍ박병현ㆍ김민관 기자 park.b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