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 리포트] 모둠활동·발표 잘하는 데 필요한 경청·이해·배려 노하우 내 것으로

중앙일보

입력 2015.06.07 00:01

수정 2015.06.07 00:0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그룹 활동을 잘하기 위한 소통 비법인 ‘I message’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오혜성·김혜진·손어진 학생기자(왼쪽부터)와 이알찬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연구원(가운데).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주변 사람은 물론,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소통(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 필요한 이유죠. 소통은 리더십을 기르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와 조별 활동을 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나요. 무척 쑥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소년중앙이 이런 상황을 위한 몇 가지 노하우를 알려드립니다.

리더십 키워주는 소통법

처음 보는 친구와 함께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상대에게 자신을 제대로 알리고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13일 경기도 안성시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러닝리조트에 사는 곳도, 나이도 모두 다른 소중 학생기자 3명이 모였다. 잘 모르는 상대방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만난 것이다. 커다란 강당 가운데에 놓인 책상에 둘러앉은 이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눈인사를 나눴다.

이때 강당 앞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오며 TV 예능 프로그램의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자장면을 먹으며 당황하는 개그맨, 멋지게 점프하려다 착지에 실패해 웃긴 포즈를 연출한 가수의 모습 등이다. 처음의 어색함은 온데간데 없이 웃음이 ‘빵~’ 터졌다. 정신 없이 웃는 학생기자들 앞에 이알찬(32)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연구원이 나타나 인사를 건넸다.

“긴장이 좀 풀리셨나요? 오늘 여러분은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소통의 비법과 리더십에 대해 배워야 하니 웃는 모습으로 재미있게 교육에 임해 주세요. 먼저 제 소개를 할게요”


이 연구원은 커다란 종이를 꺼내 학생기자들에게 내밀었다. 종이에는 이 연구원을 나타내는 4개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외국인과 살고 있다’ ‘기자 생활을 잠깐 했다’ ‘아프리카에 방문한 적이 있다’ ‘최근 SF영화를 관람했다’ 등이다.

“이 중 저와 관련이 없는 문장이 1개 포함돼 있어요. 어떤 걸까요?”

진짜와 가짜 문장을 골라내며 상대에 대해 알 수 있게 하는 ‘진진가’ 게임이다. 학생기자들은 가짜 문장을 골라내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고른 답은 ‘기자 생활을 잠깐 했다’였고, 이 연구원은 ‘정답’이라고 외쳤다.

학생기자들은 4가지 문장 중에서 진짜와 가짜 문장을 골라내는 ‘진진가’ 게임을 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사소한 게임이지만 상대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이제 여러분들도 자신을 나타내는 문장 3개와 가짜 1개를 적어 서로 맞혀보도록 하세요. 다만 규칙이 하나 있어요.”

이 연구원은 약 20㎝ 길이의 막대기를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 막대기의 이름은 ‘토킹 스틱’이다. 토킹 스틱을 들어야만 말을 할 수 있다는 규칙이다. 토킹 스틱을 들지 않은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해야 한다.

학생기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말하는 대신 토킹 스틱을 들어야만 상대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진 것이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토킹 스틱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게 됐다. 소통의 첫 번째 비법은 바로 ‘경청’이다. 상대의 말을 집중해 들으며 이해하는 태도는 원활한 소통의 바탕이 된다.

‘나’와 ‘너’의 차이 알면 소통 쉬워져

이제 말하는 법에 대해 배울 차례다. 어떻게 말해야 상대를 기쁘게 하고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먼저 ‘I message’와 ‘You message’라는 글이 적힌 종이를 꺼냈다.

“말을 하는 방법은 크게 이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요. I message는 ‘나’라는 단어로 말을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You message는 ‘너’라는 단어로 시작하죠.”

이 연구원은 간단한 예를 들었다.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을 때’의 상황을 가정해 각각 I message와 You message로 말해보며 느낌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I message는 ‘나’라는 말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혼자 있고 싶다’ 정도가 된다. 그러나 You message의 경우 ‘너’로 시작하려다 보니 ‘너 저리가’ ‘혼자 있고 싶으니 너는 비켜라’ 등의 말 밖에 할 수 없게 된다.

“어때요. 간단하죠? ‘I message’로 말을 하게 되면 말투가 착해져요. 즉,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도록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것이죠. 될 수 있으면 I message로 말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습니다.”

김혜진 학생기자(맨 앞)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미로에서 나가는 길을 찾고 있다.
마지막 순서는 3명의 학생기자가 협동해 강당 바닥에 그려진 미로를 탈출하는 미로 게임이다. 가로 5개, 세로 10개로 그려진 도형을 순서대로 밟아야만 미로를 탈출할 수 있는데, 잘못된 도형을 밟으면 이 연구원이 ‘땡’을 외치고 학생기자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몇 번을 시도하든 제한은 없으며 올바른 도형을 기억해 밟아 나가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다.

막상 게임이 시작되자 학생기자들은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혀를 내둘렀다. 도형의 수가 은근히 많아 이동 순서를 기억하기 힘들어서다. 각자 4~5번씩 미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땡’이라는 소리와 함께 실패하기 일쑤였다. 이 연구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학생기자 여러분께 3분 동안 토론할 시간을 드릴게요. 단 토킹 스틱이 있다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대화를 나눠야 하며, I message와 경청의 비법을 활용해 토론을 하셔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학생기자들은 서로의 시행착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어진 시간은 짧았지만 경청을 활용하다 보니 상대의 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I message로만 말하자 서로 기분이 상할 일도 없었다. 토론을 마친 학생기자들은 놀랍게도 단 한 번의 시도로 미로를 탈출할 수 있었다.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한 덕분이다.

그룹 활동에 필요한 소통을 잘하고 리더십을 기르기 위해서는 경청·이해·배려의 태도가 필요하다. 1시간 동안의 체험을 마친 학생기자들은 어느새 친해져 뿌듯한 표정으로 서로의 어깨를 다독였다.

김수산영순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대표
김수산영순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대표 인터뷰

스스로 숙제하는 습관도 리더십 키우는데 도움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리더십에 대해 알기 쉽게 가르치는 일종의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Leadership)이란 어떤 집단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활동에 참여해 이를 달성하도록 이끄는 능력을 뜻합니다. 크게 여러분과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청소년교육기관과 성인들을 가르치는 성인교육기관으로 나뉘어 있어요. 청소년의 자기관리 워크숍, 부모와 함께 하는 꿈찾기 워크숍, 교사를 위한 연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여름방학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2박 3일, 3박 4일 과정의 리더십 캠프도 열지요.”

―리더십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리더십을 갖추려면 정직성·신뢰성·용기·자기주도능력 등의 성품을 길러야 합니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리더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직할 필요도 있습니다. 또 힘든 일이 있어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길러야 하죠.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리더십의 정신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혼자만 잘해서는 리더십을 기를 수 없습니다. 또 인내심을 기르고 도전하는 정신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왜 리더십이 필요한가요.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상대를 존중하면 자신도 존중받을 수 있게 됩니다. 자존감도 높아져요. 당당하고 자신 있는 태도로 나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죠. 꿈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능력을 기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능력이 쌓이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까지 길러지기 때문에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어떤 생활습관을 갖추는 것이 좋을까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은 자기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스스로 숙제를 하는 습관 등이 자기관리에 포함됩니다. 또 긍정적인 마음을 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부가 하기 싫다고 마냥 외면하는 대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죠. 이런 생활습관은 자기 통제를 하는 ‘셀프 리더십’을 갖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의 롤모델이 있다면.

“제 남편입니다(웃음). 남을 배려하는 태도와 자상한 행동에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 남편에게 리더십을 배운 셈이죠. 사실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는 우리나라가 무척 가난한 시절을 보냈어요. 남편과 함께 미국에서 리더십 교육을 받고, 이 교육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면 더 잘 사는 나라가 될 거란 생각에 1994년 센터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동행취재=김혜진(성남 탄천초 6)·손어진(서울 자곡초 4)·오혜성(서울 신기초 5) 학생기자

▶소년중앙 페이스북
▶소년중앙 지면 보기
▶소년중앙 구독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