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드 의학연구센터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이 큰 관심을 끌었다. 연구팀은 “메르스에 감염된 남자가 소유한 낙타농장의 헛간에서 공기 중에 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 조각을 발견했다”며 “이는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최초의 명확한 증거”라고 발표했다. 이어 “사흘 연속 헛간에서 공기 샘플을 채취했는데 첫날 샘플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낙타 9마리 중 1마리는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공기 중 바이러스 조각의 유전자 정보와 사망자·낙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모두 일치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메르스도 감기나 인플루엔자처럼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일 수 있다”며 “알려진 것보다 전파가 더 쉽고 빨라지면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연구팀 “낙타 헛간 공기서 검출”
병원은 에어로졸 분출구, 항상 경계를
과학연구기관인 에코헬스얼라이언스의 케빈 올리벌 선임연구원도 “아픈 낙타의 콧속 분비물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니 헛간 공기에 바이러스 입자가 퍼져 있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며 “그 입자가 낙타 주인을 감염시켰는지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보건청(NHS)은 이 연구가 사람 간의 2차, 3차 공기 감염 가능성을 밝히기보다는 1차 감염자가 낙타로부터 어떻게 메르스를 옮았는지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NHS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공기로 운반되는지(airborne), 공기 중에 떠 있는 상태로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 추가 연구가 있어야 메르스의 공기 전파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개방된 넓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래도 의료계는 공기 전파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의료진이나 가족, 간병인같이 환자를 곁에서 접촉하는 이들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료진에게 환자와 접촉할 때 비말·공기 감염에 대비한 예방수칙을 권고한다. 병원은 인공호흡기와 기관지 삽관, 가래 제거 등의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품은 에어로졸을 배출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