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예언의 공통점은 둘 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다는 사실이다. 우러나오되 자의적이지 않은 즉흥적인 방식으로 우러난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낭만주의를 이렇게 정의했다. 강한 감정의 즉흥적인 우러남이라고. 예언도 마찬가지다. 의도하지 않은 말이 즉흥적으로 우러나오는 것이 예언의 방식이다. 다만 강한 감정이 아닌 강한 영혼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유능한 문필가들이 창작하는 방법을 들어보면 선지자가 예언을 하는 것과 흡사한 면이 많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을 쓰기 시작하면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흥미롭고 기이한 생각이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다르면서도 같은 시와 예언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감동을 주는 마음의 울림
시와 예언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문학은 비유와 상징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여 달리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언어 자체가 문학은 아니지만, 언어가 담고 있는 것이 문학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예언도 원래는 사람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하나님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불가지론적이거나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예언은 직설적이지 않은 문학적인 방법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데 성공한다. 뿐만 아니라 의도한 효과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데에도 성공한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다. 많이 배운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도 가능하다.
시와 예언은 인간의 원시적 언어에서 유래되었으리라고 볼 수 있다.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에 인간은 노래를 통해 심오한 사상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장구한 세월 동안 보존·전승되었다. 그 기억이 다 남아 있지 않아서 실감하지 못 할 뿐이지, 인류의 원시적 언어를 발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인류가 알고 있었던 신앙적 진리를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
김영준 목사 pastorted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