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높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최근 독성이 약해지고 전파력은 강해진 것인가. 아직은 잘 모른다. 검사 중이다.
우리 행정당국의 초기 대응이 실패한 것일까. 우리나라 중소 병원의 병원 감염 관리가 문제인가. 국민들의 안전문화가 잘못인가. 이 질문들은 상당 부분 맞다.
둘째, 중동에서 들어와 병원 감염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을 3년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그 준비 기간을 놓쳤다. 병원 감염을 예방하려면 의료인들부터 철저히 교육시켜 열나는 환자가 오면 반드시 중동과 역학적 연관성을 묻고 중동에 다녀온 환자는 보호 장구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진료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물론 병원의 의료진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최소한 전화로라도 열나는 환자가 간다는 정보를 미리 병원에 주고 찾아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정부와 의료계의 홍보 부족 탓이다. 감염 환자를 1인 병실로 격리하고, 손 소독제를 모든 병실에 비치하고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했어야 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열악한 우리 중소 병원의 현실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병원에 손해가 안 가도록 감염 환자의 1인실 사용에 대한 입원료를 현실화하고, 감염자 격리 진료에 장애가 없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셋째,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다. 당국은 중동에 나가는 국민에게 낙타 농장에는 가지 말고, 낙타 유제품을 먹지 말고, 환자 접촉도 삼가야 한다고 경고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출입국검역소가 출입국자들에 대해 이러한 홍보를 제대로 했는지, 외교부는 위험 지역에 대한 문자 경보를 제대로 했는지,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사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는지 짚어봐야 한다. 환자의 초기 진술에 사우디아라비아 행적이 비어 있는 원인이 국민의 안전의식 부족 때문인지 정부의 잘못인지부터 가려야 이번 사태의 처방이 제대로 나온다.
넷째, 빛바랜 신종 감염병증후군으로 메르스를 다룬 것은 맞지 않다. 메르스는 발견된 지 3년이 넘었다. 과연 신종인가. 모르는 질병이라면 신종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험이 있는 감염병을 신종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스는 법에 있다. 이제는 이와 같이 위협적인 4군 감염병을 1군으로 승격해 관리해야 한다. 격리에 따른 진료비를 지원하고 일시적으로 휴무나 업무 제한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도 정비해야 한다. 매년 2000만 명이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다. 유입 질병에 대한 신속의료지원팀과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역학조사 조직을 만들고 업무를 전문화시켜야 할 것이다.
다섯째, 메르스의 백신과 약제가 없고 진단시약 보급은 제한적이었다. 평소 여기에 투자를 안 한 것은 누구 탓인가. 민간 시장이 형성 안 된 것은 환자가 적어 시장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국민 안전을 위한 투자에 소홀할 수는 없다. 감염병은 정부가 투자해 민간 시장을 먼저 열어주는 전략이 필요한 분야다.
마지막으로 국제 공조와 국제 보건안보에 대한 부정적 기류 형성을 신속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여행 제한이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환자가 우리나라를 벗어난 상황에선 자료를 신속, 투명하게 알려서 의구심의 싹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 수출과 관광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국과 바이러스, 환자 역학 정보를 공유해 국제 신인도를 올려야 한다. 일부 외신의 부정적 자세는 정부가 신속히 나서 통계와 정보로 해소해야 한다. 에볼라 사태가 터졌을 때 우리나라는 남을 위해 국제 공조를 했다. 우리 때문에 생긴 일에 국제 공조를 못할 이유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를 적극 활용해 국제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종구 서울대병원 글로벌센터장·전 질병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