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문은 지난 26일 국순당으로도 옮겨 붙었다. 식약처가 백수오 제품을 전수조사하면서 국순당의 백세주 원료에서도 가짜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백세주 완제품에선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국순당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했다. 그러자 국순당은 “과거에 사용한 원료에 조금이라도 이엽우피소가 섞였을 가능성을 완벽히 배제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미 유통 중인 백세주도 자발적으로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세주는 지난해 매출의 20%를 차지한 국순당의 대표 상품이다. 그런데도 국순당은 기존 제품을 회수하고 새 백세주를 내놓기로 했다. 식약처 발표 당일 하한가로 직행했던 국순당 주가는 이튿날 반등하더니 28일엔 10% 이상 급등하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을 때 보여준 두 회사의 초기 대응 차이는 앞으로 두 회사의 앞날까지 내다보게 한다. 가치투자가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를 ‘신뢰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기업이 실수를 했더라도 신속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면 기업과 투자자 간 신뢰가 쌓이며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82년 미국에서 누군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넣어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조사인 존슨앤드존슨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미 전역에서 타이레놀을 회수했다. 이때 부담한 비용만 2억5000만 달러로 당시 매출의 5%에 달했다. 손실을 감수하고 신뢰를 얻은 덕에 이 회사는 다음해 진통제 시장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와 달리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는 2000년 100만 대 이상의 리콜 정보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지금도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기업의 위기 대응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김창규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