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에는 미래에서 온 ‘킬러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팔·다리가 고장 나도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로봇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로봇은 조금만 고장 나도 오작동을 하거나 아예 꼼짝 못한다. 반면 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은 동물은 절룩거리긴 해도 나머지 다리로 뛰어다닌다. 주어진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찾아내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에게 이런 능력을 갖게 할 수는 없을까.
프랑스 소르본대 연구팀이 그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로봇·인공지능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인 앙투안 큘리 등은 로봇이 고장 나면 스스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대처법을 찾아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오른 논문을 통해서다.
프랑스 연구팀 곤충형 로봇 개발
다리 없애도 최적 걸음법 찾아내
연구팀은 같은 기술을 길이 62㎝짜리 로봇팔에도 적용했다. 이 로봇에게 공을 집어 빈 통에 넣는 임무를 준 뒤, 총 8개의 관절 중 일부를 고장 냈다. 처음에는 공을 넣지 못했지만, 곧 고장 난 관절을 제외한 나머지 관절 각도를 바꿔 공을 넣는 데 성공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