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략을 바꿔 성공한 스바루처럼 일본 기업들의 최근 실적 개선이 ‘엔저(円低·엔화 약세)’ 효과 때문 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가 27일 일본 주간지 ‘동양경제’ 자료를 정리해 낸 ‘일본 주요기업의 경쟁력 강화 사례’ 보고서에서다.
무협 ‘경쟁력 강화’ 사례 보고서
생산자 → 소비자 중심 영업 전환
침체 속에서도 R&D에 지속 투자
원화 강세 어려움 한국, 눈여겨 봐야
하지만 보고서는 최근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엔저 때문 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요인으로 ▶철저한 소비자 중심 영업 ▶지속적 연구개발(R&D) 투자 ▶획기적인 마케팅 등을 꼽았다.
예컨대 미쯔비시 연필은 소비자 수요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볼펜·샤프를 결합한 사무용 다기능 펜, 본체 굵기를 얇게 만든 여성용 ‘F 시리즈’와 5만원 상당의 고급 사무용 볼펜 ‘프라임 시리즈’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해 매출 603억엔(약 5400억원), 영업이익 71억엔(약 600억원)으로 3년째 최고치를 갱신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마니는 기술력 향상에 주력했다. 연 2회에 걸쳐 ‘세계 제일인가, 아닌가’라는 주제로 사내 회의를 열어 기술력이 떨어지는 제품을 폐기했다. 안과용 나이프 시장에선 연내 세계 최대기업인 스위스 알콘사를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한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34%다.
유아용품 업체 피죤은 중국 시장에서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9년부터 중국 정부와 손잡고 1854개 병원에서 ‘모유수유 교육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젖병·모유패드 같은 제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유아용품 매장의 20%가 피죤 전문 코너를 설치해 물건을 팔고 있다.
김은영 무협 도쿄지부장은 “일본 기업들은 기나긴 엔고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생산을 효율화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며 “최근 원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도 기술력을 높이고 시장 요구에 신속하게 부응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