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동통신시장에서는 통신사를 옮기지 않고 단말기만 변경하는 ‘기기 변경’이 대세다. 2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통신 3사의 휴대전화 가입자 중 기기 변경 가입건수가 총 95만800건으로, 전체 가입건수의 54.7%를 차지했다. 쓰던 번호 그대로 통신사만 갈아타는 ‘번호 이동’ 건수는 36만8500건(21.2%), 새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신규 가입’은 41만8900건(24.1%)에 그쳤다.
월간 기기 변경 건수가 ‘번호 이동+신규 가입’ 건수를 넘어선 것은 역대 처음이다.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1~9월의 월평균 기기 변경 비중은 26.2%에 불과했다. 이렇게 기기 변경이 급증하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번호 이동에 비해 기기 변경의 이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단통법으로 보조금 차 없어지고 위약금·유심 구입비도 안 들어
4월 가입자 55% 기기 변경 선택 … 이통사선 장기고객 혜택 강화
이런 추세를 반영해 이통사들도 장기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8일부터 VIP와 골드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들이 제휴처 할인율을 5%에서 30%까지 조절할 수 있는 ‘내 맘대로 멤버십’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식을 좋아하는 고객은 피자헛 등의 외식업종 할인율을 20~30%로 높이고 나머지 제휴처의 할인율을 5~11%로 설정하면 된다. 또 월간 데이터를 두 배로 쓸 수 있는 데이터 리필 쿠폰도 가입 기간에 따라 최대 연 6회까지 주고 있다.
KT는 올 2월부터 2년 이상 사용자 전원에게 연 4회 골라 쓸 수 있는 서비스 쿠폰을 증정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가입 기간 6년 이상인 골드 등급(연간 이용 금액 60만원 이상) 고객을 VIP 등급으로 올렸다. VIP 등급의 고객은 12만 점의 연간 포인트와 함께 대폭 확대된 VIP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VIP 고객은 연간 최대 12회 자유롭게 영화(CGV), 커피(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베이커리(던킨도너츠 모닝콤보), 아이스크림(배스킨라빈스 더블주니어)을 이용할 수 있는 ‘VIP 초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장기 고객의 요금을 할인해준다. 휴대전화 2년 이상, 인터넷 3년 이상 사용 고객 중 유·무선 합산 이용 기간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매월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합산 기간이 7년 이상이면 7%, 10년 이상은 10%, 15년 이상인 경우에는 요금의 15%를 깎아준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출시한 데이터중심요금제에도 장기 고객 할인 혜택을 그대로 적용한다.
KT의 강국현 마케팅전략본부장은 “가입자 뺏기 등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고객들이 보다 많은 혜택을 받도록 하는 서비스 개발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