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최초로 감염된 남성 환자 A씨(68)와 병실(2인실)을 함께 썼던 또 다른 남성 B씨(76)도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A씨를 간호했던 A씨의 부인(63)도 지난 20일 메르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B씨를 격리 치료하는 한편 A씨와 접촉했던 가족·의료진 64명을 격리해 건강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위험지역 사우디서 온 첫 감염자
열감지기 검사만 하고 그냥 통과
병원 4곳 돌며 가족·의료진에 노출
2인실 같이 쓴 70대 감염 확인
국립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는 “21일부터 중동에서 오는 비행기(하루 4대) 승객 전원에게 검역 신고서를 쓰게 하고 입국 심사 때 개별 인터뷰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입국 일주일 후인 11일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동네 의원에 들러 진료를 받았다. 진료 뒤에도 차도가 없자 A씨는 15일 다른 지역에 있는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2차 감염환자 B씨가 감염된 건 이때다. B씨가 먼저 입원해 있던 2인실에 A씨가 입원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의 재채기나 기침으로 튀어나가는 비말이 보통 2m 거리까지 퍼져 나가는데 같은 병실에 있었다면 충분히 감염될 수 있다 ”고 말했다.
A씨는 두 번째 병원에서 3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에도 상태가 나빠지자 17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하지만 병실이 없어 근처 의원에 머물며 치료를 받다 18일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했다. A씨가 병원 네 곳을 전전하는 사이 A씨를 간호하던 부인도 감염됐다. A씨의 감염 사실이 확인된 건 네 번째 병원에서다. 이 병원 의사가 A씨를 문진하는 과정에서 최근 방문한 나라 등을 물었고 중동 여행 사실을 확인한 뒤 보건당국에 이를 알렸다. 당국은 20일 혈액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A씨를 격리 치료했다. 2차 감염을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