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모디 총리가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만난 국내 굴지의 최고경영자(CEO)들만 10명에 달했다. 먼저 모디 총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15분 면담에서 “인도에서 완성차 판매량 2위, 수출량 1위 업체인 정 회장님을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운을 뗐다. 이에 정 회장은 “총리께 감사하다. 현대차는 올해 인도에서 지난해보다 4% 많은 64만 대를 생산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건설·철도 등 기간산업 협력도 강화하자”고 화답했다.
하루에 기업 오너 등 10명 면담
구본준·신동빈·박용만 연쇄 회동
삼성 신종균에겐 “협력 더 많이”
서울 일정을 끝낸 직후 모디 총리 일행은 울산에 내려갔다. 이번 방한 일정에서 국내 기업 사업장으로는 유일하게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택했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30분 방문하기 위해 서울~울산의 왕복 4시간을 소비했을 정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총리 일행이 도크를 돌며 건조 중인 선박과 현대중공업만의 해양 플랜트 건조 노하우 등을 안내받았다”고 설명했다.
모디 총리가 이렇듯 ‘경제’에 공을 들이는 건 그의 입지전적인 삶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카스트에서 낮은 계급인 ‘간치(상인)’ 태생이다.
어려서 버스터미널 노점상에서 홍차를 팔아 끼니를 때울 정도로 가난했다. 이런 그에게 ‘잘사는 모국’ 인도는 항상 품었던 꿈이었다. 정치인으로 구자라트 주지사를 맡아 규제 혁파와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5월 총선에서 10년 집권한 국민회의당의 라훌 간디를 꺾었다. 국민들은 그의 ‘경제 철학’에 기꺼이 한 표를 던졌다.
모디 총리는 1980년대를 풍미한 ‘대처리즘’의 신봉자이기도 하다. 대처리즘은 고(故)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재임 기간(1979~90) 중 펼쳤던 감세·규제 완화 등 친(親)기업 정책으로, 모디 총리도 이를 벤치마킹해 ‘모디노믹스’를 밀어붙이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