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본시장이 한국 금융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기존의 규제와 세제, 인센티브 체제를 다시 다듬겠다.”
14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밝힌 금융시장 발전 방향이다. ‘1% 금리시대’를 맞아 금융회사는 물론 소비자도 더이상 은행 예금에만 의존하긴 어렵다. 결국 출구는 자본시장과 투자상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돈의 물길을 터 주기 위해 임 위원장은 “여전히 고금리 시대에 맞춰져 있는 기존 금융 규제와 세제를 저금리·고령화 추세에 맞춰 손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코리아중앙데일리-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가 주최한 ‘2015 코리아 이코노믹 포럼(Korea Economic Forum)’에서 ‘한국의 금융개혁 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면서다.
2020년 국민·퇴직연금 1300조 쌓여
수익 높이려 투자 늘리고 세제 개선
일일이 간섭하던 코치서 물러나
금융회사 경쟁 돋구는 심판 될 것
저금리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당국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직적인 ‘투자자 보호’에서 ‘자기책임’의 원칙으로의 전환이다. 그는 “특정 상품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기 책임하에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개혁과 규제 완화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금융시장에서 일일이 간섭하고, 한편으로 보호해주던 코치(금융당국)은 이제 심판으로 물러날 것”이라면서 “자율이 늘어나는 만큼 플레이어들(금융회사)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회사 임직원들도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사고만 안나면 된다고 생각하는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선 과제로 불합리한 검사·제재 관행을 현장 중심으로 고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에 감독당국의 검사를 받아보니 현장 검사팀이 금융사 임직원들에 일일히 지시하고, 마치 피의자 다루듯 확인서와 문답서를 받더라”면서 “이런 것부터 없애겠다”고 말했다. 건전성 규제도 대폭 걷어내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그는 “건전성 규제는 이미 국제기준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고 정부가 시키지 않았도 금융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지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강연에 참석자들은 다양한 조언을 내놓았다. 파올로 카리디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무역분과장은 “규제를 줄이고 자율을 늘리는 건 옳은 방향이지만 금융회사들로선 당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다”면서 “규제 완화만큼이나 중요한 건 규제 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 금융계 인사들과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 벳쇼 고로 일본 대사, 찰스 헤이 영국 대사, 제롬 파스키에 프랑스 대사, 롤프 마파엘 독일 대사 등 주요 주한 외교사절 등 오피니언 리더 120여명이 참석했다.
글=조민근·조현숙 기자 jming@joongang.co.kr
사진=박상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