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상가 임대차 보호법은 뭘까요. 주인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에요. 장사하고 싶은데 비싼 상가를 살 돈이 부족한 세입자는 보통 주인에게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가게를 빌려 써요. 자연스레 주인은 이른바 ‘갑’이 되고 세입자는 ‘을’이 되겠죠. 세입자 입장에선 주인이 갑자기 나가라고 하거나 임대료를 올리는 것만큼 걱정되는 일도 없으니까요. 2002년 11월 시행된 이후 벌써 12년 6개월이 지났네요.
개정안 어제 국회 본회의 통과
세입자 권리금 보호 방안 담겨
조건 없이 영업기간 5년 보장
그런데 이런 보호를 받으려면 조건이 있어요. 환산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넘지 않아야 해요. 환산보증금은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한 금액에 실제 임대보증금을 더한 수치인데요, ‘월세×100+임대보증금’으로 계산합니다. 지역별로 환산보증금이 ▶서울 4억원 이하 ▶수도권(과밀억제권역) 3억원 이하 ▶지방 등 1억8000만~2억4000만원 이하인 상가만 보호법 적용 대상입니다. 이 기준 때문에 보호법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요. 서울의 현재 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5000만원 수준이에요. 임대료가 비싼 대형상권(강남·신촌·명동)을 제외해도 5억원이 넘어요. 환산보증금 조건을 맞추려면 임대료가 보증금 1억원에 월 3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하는 셈인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상가가 많지 않다는 의미죠.
보호법의 우산을 쓰지 못하면 세입자는 주인의 요구대로 월세를 올려줘야 하고 상가가 경매에 넘어가면 우선 보호받는 은행 등에 밀려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요. 개정안엔 아쉽게도 이런 부분을 보호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네요.
최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