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알고 교육부도 알고 있으면서 학생만 모르게 신입생을 받는 것은 교육적인가? 아이들에게 초·중·고 시절 내내 꿈과 끼를 찾는 게 엄청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은 대학과 학과를 요모조모 따져서 지원하고 치열한 경쟁까지 통과해서 합격했는데 한 달 만에 버림을 받은 꼴이다.
이 경쟁의 시대에 대학이 문을 닫지 않고 학과만 문을 닫는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대학을 가려면 학교 시험도 잘 봐야 해,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야 해, 방과후 수업도 들어야 해, 수능도 잘 봐야 해, 6개의 수시와 3개의 정시 원서카드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덧붙여서 대학과 학과의 미래 존폐 여부까지 족집게처럼 보는 도사님의 능력이 필요한 것인가?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으니 당사자인 학생 스스로 알아서 챙겨보라는 것인가?
대입 3년 예고제 따위는 3년 동안 한 번도 믿도록 해 본 적이 없는 정책이다. 수능뿐 아니라 각 대학의 입시는 한두 달 만에 휙휙 바뀌면서도 여전히 ‘변경될 수 있음’이라는 토를 단다. 그러면서 여러 학원이나 입시업체의 설명회에서는 학부모를 비웃는다. “이런 거 모르시죠? 이렇게 말씀드려도 이해 못하시죠?” 학생과 학부모는 영원한 호구인가?
대학에 입학할 때는 입학생들의 미래가 창창하다고 우기면서 학과를 통폐합할 때는 바로 그 아이들의 미래가 험난해질 것임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녀를 키우지 않는 이들인가?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대학의 태도다. 구조조정을 내세워 학과통폐합을 밀어붙이는 교육부 역시 교육적이지 않다. 이렇게 지독히 비교육적 현실에서 교육이 바로 서기를 바라는 아이들과 학부모들만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가정의 달에 학생들을 가진 대한민국 가정들은 결코 평안하지 않다.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