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재의 인기를 이끈건 로브스터롤이다. 지난해 5월 이태원에 문을 연 ‘랍스터바’는 바닷가재 열풍을 일으킨 원조로 꼽힌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로브스터롤로 가격은 2만~2만5000원선이다. 값비싼 몸값으로 문턱이 높았던 바닷가재 요리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결국 몰려드는 손님들을 다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개점 6개월 만에 인근의 넓은 곳으로 가게를 옮겼다. 최근 핫한 맛집으로 알려진 경리단길의 ‘로코스’도 로브스터롤 전문점이다. 특제 롤빵에 바닷가재를 얹은 로브스터롤과 프렌치프라이, 채소 샐러드를 한 그릇에 담은 플레이트를 판매한다. 로브스터롤 가격은 1만9000원이다.
이태원 로브스터롤, 호텔서도 선보여마트 수입갑각류 매출 비중 8배로 증가자연 해동 후 물기 없애고 요리해야 제맛
롤만 있는 건 아니다. 바닷가재를 무제한으로 맛볼 수 있는 해산물뷔페인 바이킹스워프는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에 웃돈을 주고 예약을 양도받으려는 문의글이 올라온다. 매주 미국에서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공수해 온다. 특징은 1인당 100달러(약 10만7000원)로 가격이 정해져 있어 매일 환율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진다. 밀레니엄서울 힐튼 호텔은 올데이다이닝 ‘카페395’에서 뷔페로 바닷가재 구이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가격은 8만9000원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는 바닷가재 꼬리에 치즈를 올려 구운 ‘랍테일’을 1만9000원에 판매한다.
이처럼 바닷가재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에는 해외 경험을 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반면 바닷가재의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이나 고급 레스토랑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달라진 게 결정적이다.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박경록 조리장은 “과거에 비해 바닷가재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과거엔 생소한 고급 식재료였던 바닷가재가 요즘은 가까운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는 앞다퉈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바닷가재를 판매하고 있다. 급기야 봄이면 제철을 맞아 식탁에 자주 오르던 꽃게는 바닷가재에 자리를 내줬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11년 3·4월 갑각류 내 96%를 차지했던 꽃게 매출 비중이 올해 65.2%까지 떨어졌다. 반면 바닷가재·킹크랩·대게 등 수입 갑각류의 비중은 2011년 4%에서 올해 34.8%까지 8배 이상 높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바닷가재를 조리할 때 맛 내는 방법을 묻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박경록 조리장은 “활바닷가재는 차가운 수돗물에 1분30초~2분 정도 해감하면 염도를 낮출 수 있고 냉동 바닷가재는 자연 해동으로 녹인 뒤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 후 사용해야 제대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