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혹은 국가와 국가. 서로 친하게 지내려면 상대방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며칠 전, 오바마와 아베 두 정상이 만나는 장면. ‘우정 과시, 칭찬 릴레이, 극빈대우, 어쭙잖은 노래. 그리고 아부 또 아부…’. 보는 내내 우울했다. 우리랑 더 친한 줄 알았던 미국. 그건 착각이었다. 배신감에다 우리만 외톨이 된 기분. 그날, 위안부 문제는 그들 사이에서 이슈에 끼이지도 못했다. 중국은 그래도 우리 형제? 글쎄다. 중국도 요즘 아베와의 관계가 묘하던데.
‘같이 가자’란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말 한마디에 치유기도회까지 열며 야단법석 떨고, 걸핏하면 버럭 화냈다가 금방 다 잊어버리고. 이거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이익 좇아 움직이는 국제사회에 ‘언제나 내 편’이란 없다.
빚쟁이가 채무자에게 ‘돈부터 돌려줘야 대화하겠다’ 하고 만날 때마다 채근하면 돈도 못 받고 죽을 때까지 원수 사이만 된다. 상대방을 먼저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 대응해야 돈도 돌려받는다. 지금부터라도 일본을 대할 때마다 위안부 문제를 먼저 들이대던 기존 외교 방식을 좀 바꿔 보자. 하루빨리 해결해야 될 중요한 이슈인 건 분명하지만 일단은 등 뒤로 숨기고, 일본 국민성에 맞춰 우리도 가면이라도 쓰고 똑같이 이중적으로 접근하자.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의리보단 실익이다.
‘위안부 할머니 53명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방안’ 소식을 들었다. 참 잘됐다. 그런 식으로 은밀하게 계속 확대시켜 국제문제로 공론화하자. 우리 입으로는 태연하게 일본과 대화하고, 남의 입을 통해서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문제로 들쑤셔놓는 것. 이게 바로 진짜 외교다.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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