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쪽 상황도 참담했다. ‘차벽’으로 쓰인 20여 대의 경찰버스는 시위대가 쇠파이프로 내려친 탓에 대부분의 창문이 깨져 있었다. 타이어는 주저앉은 상태였다. 버스 가운데 부분엔 “차벽을 쓸어버리겠다”며 시위대가 묶은 쇠사슬과 밧줄들이 늘어져 있었다. 바닥엔 부서진 경찰 펜스, 방패, 무전기, 찢긴 보호복 같은 잔해들이 나뒹굴었다.
근로자의 날 시위로 서울 도심 마비
종로·을지로 상인들 ‘집회 공포증’
충돌은 집회 후 을지로를 향해 행진하던 시위대 6000여 명 중 선두 100여 명이 갑자기 “청와대로 가자”며 방향을 재동·안국동 쪽으로 틀면서 시작됐다. 이에 경찰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버스 10여 대를 동원해 재동과 안국동, 공평동 로터리에 차벽을 설치하고 해산 경고방송을 했다. 오후 9시부터 시위대는 물병과 쇠붙이, 불붙은 이불 등을 경찰 쪽으로 던지고 경찰은 방패로 시위대 선두를 밀쳐내고 캡사이신을 뿌렸다. 대치 끝에 집회 참가자 42명이 연행됐다.
다시 재연된 도심 속 차벽과 폭력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민지(27·여)씨는 “주말 집회 땐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데 3시간씩 걸린다”며 “이젠 거리로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을지로와 종로 인근 식당 주인들은 이미 ‘집회 포비아(공포증)’에 걸려 있다. 종로 르메이에르 빌딩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성자(56·여)씨는 “집회 때문에 주말 손님이 끊기는 데다 집에 가는 길도 막혀 괴롭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과 4·16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6월까지 각각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속 열 계획이다. 앞으로 다가올 주말마다 도심이 ‘폭력의 장’으로 변할지 여부는 이제 유가족과 시민·노동단체, 그리고 경찰의 손에 달려 있다.
조혜경 사회부문 기자 wisel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