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 부인, 10분 넘게 통곡 … 참담한 구기동의 아침

중앙일보

입력 2015.05.01 00:47

수정 2015.05.0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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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30일 오전 7시45분, 서울 구기동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자택. 적막하던 문 대표의 1층 집 서재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오~. 아, 아, 아….”

‘강화의 딸’ 선거 도왔지만 져
집 밖까지 울음소리 들려

 문 대표가 긴 기지개를 켜는 소리였다. 밤새 고심했던 무언가를 끝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주방에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달그락 소리가 자택 바깥 길가로 들렸다.

 잠시 뒤, 창문 너머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부인 김정숙 여사였다. 울음은 통곡에 가까웠다. 집 앞에서 문 대표를 기다리던 수행원이 놀라 급하게 휴대전화를 꺼냈다.

 “지금 여사님 우시는 소리가 밖에까지 다 들려요.”


 그러나 김 여사의 울음은 10분 이상 이어졌다. 간간이 김 여사를 달래는 문 대표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선에서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며 선거를 도운 김 여사는 이번엔 ‘강화의 딸’로 인천 서-강화을 곳곳을 누볐다. 대선 때도 남편 앞에서 울지 않았던 김 여사였다. 문 대표는 김 여사의 울음이 멎은 뒤 한 시간이 지나서야 자택에서 나왔다. 굳은 표정이었지만 수행원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 잠을 좀 주무셨나.

 “따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겁니다.”

 - 일부에선 거취 문제를 언급하는데.

 “그것도 별도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습니다.”

 문 대표는 승용차에 타더니 창문을 내려 “고맙다”고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수행비서는 “대표 성격상 밤새 한숨도 못 잤을 것”이라고 했다. 구기동의 ‘참담한 아침’이었다.

 국회에서도 취재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 대표가 나타나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선 채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부족했다.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에게 “(선거에 대해) 김 여사는 뭐라고 했느냐”고 묻자 그는 말없이 웃었다.

 문 대표는 입장을 표명한 뒤 최고위원들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로 조용히 불렀다.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였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지도부 거취에 대해) 합의가 잘 안 됐다”(주승용), “개인 차원이 아니라 모두가 책임을 통감한다”(유승희), “비노 의원들에게 물어보라”(오영식)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이날 공식 오찬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신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일부 의원을 만났다. 오후 2시의 국회 본회의에는 불참했다. 본회의에선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과 새누리당 소속 3명의 의원이 소개됐다. 의원회관에 머물던 문 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직후인 오후 4시38분쯤 의원총회에 참석해 조용히 앉았다.

 선거전략 실패와 당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의 의견이 나올 때마다 그의 표정은 굳어졌다. 한 참석자는 “문 대표의 표정이 매우 우울해 보였다”며 “웬만해서 표정을 잘 안 드러내는 문 대표가 그렇게 비장한 표정을 지은 건 처음 봤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