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함께 탐험해볼까요 개미가 지배하는 세상

중앙일보

입력 2015.04.26 00:01

수정 2015.04.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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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심과 희생정신이 뛰어납니다. 농사짓고 가축도 길러요. 또, 단 것을 엄청 좋아하죠. 사람이 아니라, 개미의 특징을 나열한 것입니다.

개미의 세계

이번 호 소중은 1억1000만여 년 전에 지구에 등장한 ‘개미’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사람과 매우 비슷하게 조직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똑똑한 곤충이죠. 신서영(서울 상수초 6·왼쪽) 학생·이수정(용인 어정초 5) 학생기자와 함께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열리는 ‘개미 세계 탐험전’을 다녀왔습니다. 개미는 어떤 동물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시죠. 사진=우상조 기자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열두 살부터 개미에 푹 빠졌습니다. 그가 20여 년 동안 개미를 관찰 하고 120번의 개작을 거쳐 완성한 소설이 바로 『개미』입니다. 개미에 흠뻑 빠진 사람은 베르베르만이 아닙니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은 일벌과 일개미가 스스로 번식하지 않는 이유를 연구했죠. 사회성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최재천 박사는 저서 『개미 제국의 발견』를 통해 “개미의 매력은 인간을 뺨칠 정도로 조직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그들의 정신세계에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4백만 년 역사를 무색하게 하는 개미의 세계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생태계의 숨은 지배자 개미, 1억1000만 년 동안 살아왔지요


돋보기로 개미의 형태를 관찰하고 있는 이수정(용인 어정초 5·왼쪽)양과 신서영(서울 상수초 6)양.


개미가 지구에 등장한 것은 약 1억1000만 년 전입니다. 개미는 벌에서 분화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왔습니다. 학계에 보고된 개미의 종류는 약 8800여 종이지만 실제로는 1만2000~2만여 종이 전 세계에 걸쳐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중 우리나라에는 살고 있는 개미는 120여 종입니다. 영국에 40여 종의 개미가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개미 종류의 다양성이 높은 편입니다.

개미는 열대지방에 주로 많이 분포하지만 추운 극지방과 고산지대, 물속을 제외하곤 어디에든 살고 있습니다. 숲은 물론이고 사막 같이 삭막한 환경에서도 개미는 살아갑니다. 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곳곳에서도 개미는 발견되죠. 땅속에 굴을 파고 살거나, 나무속에 집을 짓는 등 어두운 곳에서 살기 때문에 시력은 거의 없습니다. 개미의 땅속 굴은 여왕개미가 사는 방, 먹이 창고, 쓰레기 창고, 애벌레를 키우는 곳 등, 사람이 사는 집처럼 공간이 잘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의 군락에는 약 2000마리의 개미들이 살고 있습니다. 우두머리는 여왕개미입니다. 그리고 일개미와 수개미가 있죠. 수개미는 번식기에만 태어나 여왕개미와 짝짓기를 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반면 여왕개미는 10년 이상을 살며 평생 알을 낳습니다. 일개미는 그런 여왕을 보필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를 돌보고, 먹이를 구해옵니다. 병정개미가 따로 없는 종은 일개미가 군락을 지키고 전쟁을 치르기도 합니다.

여왕개미는 대부분 일개미를 낳지만, 커서 여왕이 될 차세대 여왕을 낳기도 합니다. 이 차세대 여왕개미는 번식기가 되면 수개미와 결혼비행을 합니다. 결혼비행이 끝나면 수개미는 죽고, 여왕개미는 땅으로 내려와 새 왕국의 보금자리를 찾습니다. 새 집을 얻는 데 성공한 여왕개미는 혼자 알을 낳고 돌봐 첫 일개미를 키워냅니다. 자신을 도와 군락을 번성시키고 개미 왕국을 유지시킬 일개미들입니다.



개미끼리는 페로몬이란 화학물질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총 12가지의 의사표현으로 구성되는데, 먹이가 있는 곳을 알리거나 무리에게 위험을 알리는 식입니다. 또 여왕개미가 분비하는 화학물질은 일개미의 생식능력(보통 일개미는 암컷입니다)을 억제하고 군락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게 합니다. 만일 여왕개미가 죽거나, 여왕개미가 뿜는 페로몬이 약해진 군락의 일개미들은 여왕의 눈을 피해 자기들끼리 알을 낳기도 합니다.

개미는 다른 곤충이나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입니다. 또 단 것을 매우 좋아하죠. 식물은 꿀을 제공하는 대신 개미를 파수꾼으로 이용합니다. 어느 식물은 씨가 여무는 시기에만 단물을 분비합니다. 씨를 갉아먹는 곤충을 개미가 쫓아주기 때문이죠. 개미의 도움으로 씨를 옮기는 식물도 있습니다. 제비꽃과 애기똥풀이 대표적입니다. 이 식물의 씨에는 지방질이 풍부한 일레이오좀이 붙어 있습니다. 개미는 씨를 받아 일레이오좀만 먹은 후 나머지는 개미의 쓰레기장에 버립니다. 식물이 개미와 협조해가며 진화해온 것입니다.

개미 연구를 집대성한 책 『개미(The Ants)』를 공동 집필한 ‘개미 박사’ 에드워드 윌슨과 베르트 횔도블러는 “전 세계 모든 개미의 무게를 잰다면, 그들의 무게는 모든 인간의 무게만큼 나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개미 한 마리의 평균 무게는 1~5밀리그램 정도입니다. 개미 한 마리는 워낙 작은 개체(개개의 생물체를 가리키는 말)지만, 개체가 모여 군집을 이루면 그 힘은 실로 막강해지죠. 현대 기계문명의 주인이 인간이라면, 자연 생태계를 지배하는 것은 곤충이고 그중에서도 성공한 곤충은 바로 ‘개미’라 할 수 있습니다.

잎꾼개미가 농사 시작한 건 인간보다 5천만 년 빠르대요

국립생태원 김소라 교육 강사에게 개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개미는 인간을 제외하고 거의 유일하게 전쟁을 치릅니다. 또 인간보다 훨씬 먼저 농작물 재배와 낙농을 시작했죠. 신서영 학생과 이수정 4기 학생기자가 국립생태원의 김소라 교육 강사를 만나 개미를 채집·관찰해보고 그 신기한 특징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글=이세라 기자, 사진=우상조 기자, 도움말=국립생태원 김소라 교육 강사, 참고 서적=최재천 『개미 제국의 발견』

농사짓는 개미 지구에 사는 개미들 중 약 200여 종이 버섯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중 잘 알려진 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잎꾼개미입니다. 인간보다 5천만 년 먼저 농사를 시작한 잎꾼개미는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잎사귀나 꽃잎을 들고 수백 미터에 달하는 행렬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수확한 잎은 개미집으로 옮겨와 버섯을 배양하는 데 쓰입니다.

사막에 사는 꿀단지개미. 일개미가 구해온 꿀을 받아 자신의 배에 저장한다. 이때 배는 몸의 100배 정도로 늘어난다.


개미의 전쟁 개미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전쟁을 합니다. 꿀단지개미는 사막에 살기 때문에 좋은 먹이를 자주 구하기가 힘이 들죠. 수확해야 할 먹이를 발견하면 이웃 군락의 개미가 눈치채기 전에 집으로 옮겨야 합니다. 꿀단지개미들은 몰래 먹이를 옮기기 위해 이웃 군락의 접경지역에 군대를 파견합니다. 그리고 서로 싸우는 틈을 타 먹이를 집으로 옮깁니다.

개미의 노예 제도 개미는 전쟁에서 노예를 얻습니다. 전쟁을 하던 꿀단지개미는 상대 군락의 집을 덮쳐 여왕개미를 죽이고 유충과 어린 일개미를 납치해 노예로 삼습니다. 아마존개미는 약탈할 군락을 정해 미리 정탐개미를 보내기도 하죠. 노예가 된 유충들은 새 여왕이 분비하는 화학물질에 세뇌를 받아 평생 일만 하게 됩니다.

나무 위에 애벌레가 만든 실로 잎을 엮어 둥지를 짓는 베짜기개미. 둥지를 지을 때 서로의 허리를 물어 말아 올린 잎을 엮어내는 협동심으로 유명하다.
분업하는 개미 개미는 군락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철저히 분업합니다. 여왕개미는 오로지 알을 낳고, 일개미는 군락의 번성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나눠 맡습니다. 일개미만 있는 군락에서는 연령에 따라 업무가 달라지죠. 어릴 때는 여왕의 시중을 들거나 작은 애벌레를 돌보고, 조금 크면 애벌레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합니다. 그보다 더 크면 먹이를 구해오거나 군락을 지키게 되죠. 일개미의 계급이 둘 이상이면 외형에 따라 일이 나뉩니다. 체격이 큰 병정개미는 군락을 지키고, 체격이 작은 일개미는 그 외의 모든 일을 맡는 식입니다.

개미세계탐험전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는 ‘개미세계탐험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를 지배하는 곤충 ‘개미’를 주제로 한 전시입니다. 컨셉트는 ‘개미 과학기지’입니다. 개미 과학기지를 방문한 관람객이 개미 과학자가 돼 새로운 개미를 발견하고 관찰·연구한다는 설정이죠. 개미 과학기지에서 한국홍가슴개미·가시개미·광택불개미 등 국내에 서식하는 개미 8종을 볼 수 있습니다. 6월부터는 해외에서 들여온 잎꾼개미 2종, 꿀단지개미 2종, 베짜기개미, 기가스왕개미 등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고요. 먹이를 옮기는 개미 모습을 오래도록 관찰해본 적이 있는, 개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볼 만한 전시입니다. 4월 2일부터 2년간 개최됩니다.

관람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입장료 국립생태원 입장료(성인 5000원·청소년 4000원·소인 3000원)를 내면 전시는 무료 관람.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41-950-5300, www.nie.re.kr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사진 제공=국립생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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