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장부 찾아라 … 검찰, 성완종 장남·동생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2015.04.22 01:35

수정 2015.04.22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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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현 온양관광호텔 대표) 전 경남기업 상무가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했다. 박 전 상무는 홍보·비서업무를 총괄했다. [신인섭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 내역이 담긴 장부를 찾기 위해 검찰이 성 전 회장 일가와 측근들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21일 성 전 회장의 서울 청담동 자택과 장남 승훈(34)씨, 동생 일종(52)씨 자택·차량 등 1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사와 수사관 등 40여 명이 투입돼 가족들의 개인 컴퓨터·휴대전화, 자택 주변 폐쇄회로TV(CCTV)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승훈씨로부터 성 전 회장이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남긴 유서도 제출받았다. 지난 15일 성 전 회장 비서진 등 11명의 사무실·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가족으로 압수수색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비서진 압수수색에서 장부가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수사팀은 가족이 장부를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휴대전화·컴퓨터 확보, 유서도 받아
사망 전날 목격 리베라호텔 수색
박준호 전 상무 “장부 존재 모른다”
로비 관여한 측근 5인 중 첫 소환

 검찰은 금품 전달 액수와 일시,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로비 장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와 주변 인물 진술만으로는 ‘이완구 총리 3000만원 수수’ 등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성 전 회장 측근들은 그가 생전 다이어리(일정)를 꼼꼼히 관리해 온 점을 들어 장부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수사팀은 이날 경남기업도 추가 압수수색했다. 대아건설과 대원건설산업 등 계열사 자금 관련 회계자료와 함께 1층 통합 경비실에서 지하 주차장 CCTV 기록을 확보했다. 또 서울 강남의 리베라호텔을 압수수색했다. 성 전 회장은 사망 전날 밤 이 호텔 로비에서 제3의 인물과 함께 있는 것이 목격됐다. 그가 “2007년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7억원을 줬다”고 말한 장소도 이곳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로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주변 인물들의 진술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핵심적 인물은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 이용기(43) 홍보팀장, 한장섭(50) 전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 전평열(50) 전 재무담당 이사, 윤승모(52) 전 부사장 등 5명이다.




 수사팀은 이 중 박준호 전 상무를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박 전 상무 자택 주변의 CCTV 3개월치도 확보했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 밤 서울 세종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성 전 회장, 이용기 팀장과 함께 대책회의를 했다. 박 전 상무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로비 장부의 존재는 모른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경남기업의 증거 은폐 또는 인멸 시도에 개입했는지 조사하고, 개입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던 이용기 팀장은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한장섭 전 부사장은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사용 시기, 사용처 등에 대해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그는 앞서 특수1부 조사에서 “현장 전도금(사업비) 명목으로 성 전 회장이 비자금 32억원을 조성했다”며 “이중 1억원을 내가 2011년 6월 윤승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전평열 전 이사는 2009년 한 전 부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가 되기 이전 경남기업과 대아건설 등의 자금 흐름을 관리했다.

글=이유정·한영익·윤정민 기자 uuu@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