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주(가명)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키가 앞으로 1m55㎝ 정도까지만 자랄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6개월 뒤 초경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자녀 성조숙증 예방하려면…
성장판 일찍 닫히면 키 안 커
성장클리닉을 운영하는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성조숙증을 빨리 겪는 만큼 키가 클 수 있는 기간이 단축된다”며 “이는 성인이 됐을 때 유방암·조기폐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가 빠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전문가 상담과 성장 예측 검사를 받아 성조숙증 피해를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경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도 성조숙증을 부추긴다. 보건교육포럼의 한 논문(초경 전 월경에 대한 지식 습득 여부 조사-초·중·고 여학생의 초경 현황 연구, 2009년 12월)에 따르면 초경 연령이 1970년대에는 14.41세였으나 2009년엔 11.98세로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소아비만도 성조숙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워싱턴대 사회복지사업학과의 로나 레비 교수와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2009년 열린 제73회 미국소화기병학회에서 미국 부모들 대부분이 자녀가 과체중이거나 성인이 됐을 때 비만이 될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비만을 부추기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속해 문제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몸안에 쌓인 비만은 성조숙증을 부추겨 아이의 성장발육을 방해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체지방이 증가하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2차 성징이 나타나게 한다. 박 원장은 “성징이 나타나면 뼈의 성장판이 일찍 닫히기 시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들게 된다”며 “비만은 호르몬 내성과 체지방을 키워 성장호르몬의 역할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겉으로는 말라 보여도 안으론 체지방이 많을 수 있으므로 꼭 전문 검사를 통해 성장판이 빨리 닫히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며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특히 남아의 성조숙증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여아는 초등 3학년쯤에 가슴에 멍울이 생기거나 초경이 시작되는 등 2차 성징이 겉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남아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가 키와 신체가 빠르게 크는 모습만 보고 잘 자란다고 생각해 성조숙증과 비만이 성장에 끼치는 악영향을 치료할 시기를 놓친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에 전문 클리닉을 찾아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기에 성장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