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 사람은 건강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노후를 아픈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평균 10년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의료비 지출이 만만치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65세 이후 의료비로만 남성은 5137만원(생애 의료비의 50.5%), 여성은 6841만원(생애 의료비의 55.5%)을 지출한다고 한다.
생보사 종신보험 진화
이런 가운데 사망 보장에 그치지 않고 생전에 의료비·생활비를 타 쓸 수 있게 하는 종신보험이 등장했다. 사망 후 유가족 생활보장에만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종신보험 개념이 한 단계 진화해 생전의 삶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교보생명이 이달 선보인 ‘나를 담은 가족사랑 (무)교보New종신보험’이 그중 하나다.
먼저 이 상품은 국내 최초로 은퇴 후(60세, 65세, 70세 선택) 필요한 노후 의료비를 사망보험금에서 선지급해 준다. 이는 국내 최초다. 별도의 특약 가입 없이 평생 동안 의료비를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것. 계약 1억원에 가입할 경우 은퇴 나이 이후 질병이나 재해로 입원하면 입원 첫날부터 1일당 5만원, 중증 수술을 받으면 1회당 200만원씩 받을 수 있다.
의료비는 8000만원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받을 수 있고, 의료비를 받다가 사망하는 경우 이미 수령한 의료비를 뺀 나머지 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받는다.
또 노후자금이 부족할 경우 사망보험금에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예상보다 오래 살게 돼 노후자금이 소진될 경우를 대비해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생활비로 앞당겨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보험가입 금액의 80% 이내에서 가입 금액을 매년 일정한 비율로 감액하고, 감액분에 해당하는 해지환급금을 매년 생활비로 수령하는 방식이다. 생활비는 은퇴 이후부터 90세까지(최소 2회부터 최대 20회까지) 받을 수 있으며, 생활비를 수령하다 사망하게 되면 그 시점의 잔여 사망보험금을 받게 된다.
건강을 잘 챙길수록 혜택이 커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사후보장 형태에서 탈피해 고객의 건강관리를 유도하고 보험사고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은퇴 후 10년간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경우 매년 7만원(1억원 가입 기준)을, 건강에 문제가 없어 의료비를 받지 않는 경우 매년 3만원을 보너스로 적립금에 가산하거나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보험 본연의 기능에 신탁 기능을 더한 것으로, 신탁재산처럼 보험금을 수령할 때까지 가입 당시의 표준이율(현재 3.25%)로 적립해 줘 저금리 하에서 자산관리에도 유용하다.
교보생명은 이 상품 개발을 위해 잠재고객 1000여 명을 직접 모니터하며 고객의 성향 변화와 니즈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윤영규 상품개발팀장은 “IMF 이후 대중화됐던 종신보험이 1세대, 중대한 질병을 보장하는 CI보험이 2세대 종신보험이라면 이 상품은 고령화 트렌드에 따라 나의 의료비와 생활비를 보장하는 3세대 종신보험”이라며 “시대 변화에 맞춰 30~40대 고객의 커지는 생존 보장 니즈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만 15세부터 6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주계약 1억원 이상 가입 시 가입금액에 따라 2.5%에서 최대 4%까지 보험료를 할인받는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seo.myu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