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수사 방향은 비위 의혹이 연거푸 불거져 나온 이완구 총리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이 생전에 “2013년 4월 4일 부여-청양 재선거에 출마한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고, "비타500’ 또는 ‘누런 봉투’에 5만 원권을 넣어 전달했다"는 수행비서와 운전기사의 폭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이패스·핸드폰 내역도 주시
검찰 "정황 증거 수사"한계 실토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들을 분석해 이 같은 논란의 진위를 규명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지난 15일 경남기업 사무실과 관련 업체 네 곳, 전ㆍ현직 임직원 11명의 주거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성 전 회장 차량의 하이패스 단말기 기록과 다이어리ㆍ수첩류·휴대전화 등을 포함해 총 257개의 증거물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최대 3년까지 기록이 저장되는 하이패스 단말기가 미스터리를 풀어줄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사팀은 성 전 회장 측 수행비서 금모씨와 운전기사 여모씨, 그리고 윤씨 등을 곧 조사할 예정이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와 만났다는 것만으로는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려운 만큼 실제 돈이 오고 갔는지를 밝혀줄 정황 증거 보강이 향후 수사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통상 뇌물 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뇌물을 준 사람의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되지만 성 전 회장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여자가 살아 있어도 진술 신빙성이 떨어져 무죄로 판결나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에서 실제 재판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금품 전달자’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도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 당시 윤승모 전 부사장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성 전 회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사흘 전 핵심 측근인 박준호 전 상무와 이모씨 등을 대동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윤 전 부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검찰은 1차 수사 당시 검찰에서 “32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했고 그중 1억원을 윤 전 부사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경남기업 회계 책임자인 한장섭 전 부사장과 ‘자금 전달자’ 윤 전 부사장을 퍼즐을 풀어줄 키맨으로 보고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핵심 증거가 없는 수사라 최대한 정황 증거를 긁어 모아 입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