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에 드러난 성 전 회장의 동선(動線)을 분석해 보면 20개월간 만난 여야 국회의원만 220명에 이를 정도로 평소 일정은 각종 국회 행사와 모임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여의도 일대에서 서청원·황우여·이완구·최경환·홍문종·윤상현 의원 등 친박 의원들과의 만남이 단연 많았다. 의원직을 상실한 뒤인 지난해 8월에도 유기준 의원 등 친박 의원 10여 명과 3박4일 일정으로 몽골을 다녀왔다. 야당 중진 의원과도 교류했다. 김한길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된 지난해 3월 이후 다섯 차례 만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성완종의 전방위 인맥 관리
초기엔 여의도서 여야 정치인 만나
광화문·명동·강남으로 동선 확대
워크아웃 전엔 금융위·은행 접촉
대법 관계자 “재판 영향 없었다”
다이어리에는 2013년 9월 4일과 5일 일자·요일란에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의미하는 ‘김 실장’이 연이어 나온다. 앞서 같은 달 3일엔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방에서 김진수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구조개선 국장을 면담한 것으로 적혀 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결정(10월 31일) 직전인 10월 16일과 23일에는 각각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것으로 나와 있다. 경남기업 채권단인 시중은행장들도 연쇄 접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상고심 선고를 앞둔 지난해 3월부터 성 전 회장 일정은 더욱 바빠졌다. 3월 4일 오전 9시45분 홍문종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만난 데 이어 황우여 대표(10시30분), 최경환 원내대표(11시10분) 등을 잇따라 만난 것으로 적혀 있다. 같은 달 19일 오전 8시 서울 강남 팔레스호텔에서 친박계 원로인 김용환 새누리당 고문을 만난 뒤 오전 10시30분 강남메리어트에서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11시40분 명동 롯데호텔에서 박준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것으로 돼 있다. 박 수석과는 3월 18일 롯데호텔, 3월 26일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도 만난 것으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성 전 회장은 해당 시기에 대법원 고위관계자 A씨를 모두 10차례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만난 것으로 적혀 있다. A씨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불러 어쩔 수 없이 하소연을 들어준 것일 뿐 재판에 아무 영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성 전 회장은 같은 해 6월 26일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성 전 회장은 올해 초 충청권의 대부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자택을 방문한 것으로 다이어리에 나와 있다. 1월 21일과 2월 26일 두 차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