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달리 자녀가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이모(38·서울 구로구)씨는 같은 반 엄마 15명과 묶인 단체채팅방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친구와 몸싸움을 했는데 그날 오후 친구의 엄마가 ‘○○야, 우리 애 때리지 말고 잘 좀 해줘’라는 글을 채팅방에 올린 것이다. 이씨는 “아이들끼리 장난치다 벌어진 일인데 공개적으로 이름을 거론하는 바람에 우리 아이가 남을 괴롭히는 것으로 낙인찍힌 것 같았다. 다른 엄마들이 놀지 말라고 얘기할까 봐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엄마들의 ‘작은 정치판’ … 성적 자랑·다른 엄마 흉 참으세요
같은 반 엄마끼리 단체 채팅 활발
학교 정보·교육 고민 공유 좋지만
잘 못 보이면 따돌림 … 상처 받기도
박모(38·서울 서초구)씨는 “초등학교에선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한번 엄마들 사이에서 눈밖에 나면 6년 동안 괴롭다’는 말이 있다. 엄마들 모임에 안 끼자니 정보에서 소외될 것 같고 나가자니 어울리기가 피곤할 것 같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임모(41·서울 성동구)씨도 “올해 첫 반 모임에 나가 저녁 먹고 차 마시다 오후 11시쯤 귀가했는데 꼭 참석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더라. 내가 모임에 안 나가면 아이가 외톨이가 될 건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엄마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지 우려한다.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동네 엄마들과 여러 개 모임을 하고 있는 강모(40·서울 강남구)씨는 “정보가 있고 말을 잘하는 엄마에게 잘 못 보이면 다른 엄마들까지도 쌀쌀하게 대한다. 엄마들 세계는 작은 정치판이나 다름 없다”고 귀띔했다.
엄마들끼리 모였을 때는 민감한 성적 얘기는 안 하는 게 상책이다. 박모(40·서울 강북구)씨는 “단원평가를 본 뒤 모였는데 한 엄마가 우리 아이가 100점을 맞았다는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다른 엄마가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매번 100점 맞으니 좋겠어요’라고 하더라. 대꾸할 말도 안 떠올라 난감했다. 성적 얘기는 아예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모(39·서울 서초구)씨는 “다른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칭찬하면 오히려 그 엄마 아이를 훨씬 더 칭찬해주며 화제를 바꿔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성적에 관심을 보이며 사교육 정보 등을 꼬치꼬치 묻는 엄마들이 실제로 사교육을 별로 안 받는 걸 알면 다시는 질문하지 않는다. ‘우리 집은 아빠가 알아서 해요’라고 답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아이나 엄마에 대한 뒷담화는 삼가야 한다. 김모(39·서울 서초구)씨는 “험담하는 얘기에 소극적으로 고개만 끄덕였다가 나중에 해당 엄마가 듣고 ‘너무 서운하다’고 말해 난감했다. 남을 흉보는 엄마와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혹시라도 들은 얘기는 옮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임에도 일정 선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모(43·서울 동작구)씨는 “엄마들끼리 모일 땐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또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 하면 굳이 모임에 낄 필요가 없다는 엄마들도 많다”고 전했다.
김성탁·신진 기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