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전 손재형, 운여 김광업 선생께 받은 가르침을 후학들에게 제대로 전하고 싶었지요. 글씨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4~5년마다 개인전을 엽니다. 나의 필적을 인정해 주고 따라주는 문하생들, 누추한 서실을 이따금 찾아주시는 지인들 덕이지요.”
미수전 여는 서예가 양진니 선생
“먼저 인간 돼야 글씨도 무르익어”
“요즘 사람들은 붓 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자유분방한 창작 서예 쪽으로 가려해요. 서예는 마음을 담는 예술입니다. 먼저 인간이 돼야 글씨도 무르익죠. 문자향(文字香)은 인품향(人品香)이라 할 수 있어요. 좋은 옛 글씨본을 꾸준히 보고 쓰는 임서(臨書)가 곧 창작이자 서도(書道)임을 보여주고 싶었죠.”
우죽은 지난해 발족한 서예진흥위원회의 정책자문위원이다.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으로 일할 때 국회에 청원서를 내어 대학에 서예학과를 신설하게 만든 그는 “서예가 학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의 핵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 모든 애착을 버려야 할 시간, 서심화야(書心畵也)란 말이 있죠. 글씨는 그 사람의 마음을 그려놓은 것이란 뜻입니다. 묵향 또한 유한하긴 하나 내가 남기고 가는 글씨가 그윽한 향기로 오래 남았으면 더없이 행복하겠어요.”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