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끈 양동근은 14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4-15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자단 유효투표 99표 중 86표를 받아 김주성(동부·13표)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양동근이 MVP가 된 것은 2006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다. 양동근은 역대 MVP 2회 수상자인 이상민(43·삼성 감독)과 서장훈(41·은퇴)·김주성(35)을 따돌리고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MVP 3회 수상자가 됐다.
프로농구 사상 첫 기록
“단칸방 살 만큼 가난, 독기로 농구”
프로 입단 때까지 오랜 무명생활
키 1m81㎝인 양동근은 용산고 시절엔 1m68㎝에 불과했다. 1년 후배 이정석(33·삼성)이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양동근은 벤치에서 박수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양동근은 틈날 때마다 “1분이라도 뛰고 싶어도 못 뛰는 선수들이 있다. 뛴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고 말한다. ‘1분의 소중함’을 일찍 깨달은 그는 한양대를 거쳐 200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양동근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체 1순위 선수는 스포츠용품업체의 지원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그는 예외였다. 양동근은 다른 팀 동기에게서 농구화를 얻어 신고 팀에 합류해야 했다.
이도현 모비스 홍보팀장은 “양동근의 방은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방 같다”고 했다. 모범생들이 책상에 영어단어와 수학공식이 적힌 메모를 붙여놓는 것과 비슷하다. 양동근은 요즘도 유 감독이 지시한 패턴을 메모한 뒤 벽면에 붙여놓는다. ‘성실(誠實)’ ‘초심(初心)’ 이란 단어와 함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명언인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늘 우직하게)를 쓴 메모도 붙여놓았다.
성실한 자세 덕분에 양동근은 ‘국민 MC’ 유재석(43)에 비교돼 ‘농구계의 유재석’으로 불린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늘 겸손하고, 늘 혼신을 다한다. 유재석은 “내가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안되고, 그걸 벗어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바로 혼신이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이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쉬지도 못하고 프로농구 시즌을 맞은 그는 플레이오프 기간엔 밤새 잠을 못 이룰 만큼 힘들어했다. 하지만 고참이 흔들리면 팀이 무너진다는 생각에 참고 뛰었다. 그는 올 시즌 평균 34분56초를 뛰었다. 10개팀 선수를 통틀어 출전시간이 가장 길다.
“항상 내일 은퇴하는 마음으로 뛴다”는 양동근은 “기량이 된다면 45세, 5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내년에는 아무도 이루지 못한 4년 연속 챔프전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