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간된 『경성아리랑-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항일운동가 이야기』(플러스예감)는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현재 4권까지 나왔고, 올해 6권 완간 예정이다. 주인공은 박헌영(1900~56년). 항일운동을 하다 1946년 남로당을 창당했고, 미 군정에 쫓겨 월북한 뒤 내각 부수상에 올랐지만 ‘미제 스파이’라는 혐의로 김일성에게 처형당했다.
남한의 유일한 혈육 원경 스님
21년간 국내외 흔적 모아 책 묶고
만화 『경성아리랑』으로 다시 출간
“미화할 생각 없어 … 항일운동 중심”
그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 사람들, 청소년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어 만화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료 수집과 정리에는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사학),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유학생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그림은 『만화로 보는 오세암』을 그린 만화가 유병윤(47)씨가 맡았다. 만화가 박재동씨가 원경 스님에게 추천했다. 유씨는 “역사문제연구소의 여러 교수들이 ‘20년대는 어떤 신발을 신었나’까지 철저하게 감수하는 데다 중간에 새로운 자료가 발굴돼 그리는 데만 9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부친의 삶을 미화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올 법하다. 원경 스님의 답은 이랬다. “미화하고픈 생각은 손톱만치도 없다. 역사는 역사니까. 평가는 학자와 독자가 하는 거다.”
그는 7월 19일 이전까지 발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날이 부친의 기일이어서다. 원경 스님의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여운형 선생이 7월 19일에 저격당했고, 9년 후 같은 날 부친이 김일성에게 처형당했다. 다시 9년 후 이승만 대통령이 7월 19일에 서거했다. 세 사람의 제삿날이 같다.”
원경 스님은 “성공한 혁명가라면 연구자들이 하지 말래도 연구했을 텐데, 부친을 연구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그러졌던 역사 속에서 바람처럼 왔다가 구름처럼 간 분이다. 그래도 나를 이 세상에 숨쉬게 해주신 분인데, 씨앗을 남겨놓으신 분인데, 세상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자료를 모아놓는 게, 내 의무 같다.”
글=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