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이코노미쿠스] 물부족문제, 으로해결?

중앙일보

입력 2015.04.12 14:57

수정 2015.04.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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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캘리포니아는 가뭄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167년 만에 처음으로 강제 절수 명령까지 내렸고, 주 수도위원회는 자치단체별 절수 비율을 할당한 시행규칙까지 발표했습니다.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할 정도로 물부족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마시고 있는 물 때문에 전세계 아이들이 1분에 1명꼴로 목숨을 잃는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그야말로 ‘빛’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7일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빛을 발산하는 것만으로 물을 깨끗하게 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막이나 염소를 사용하는 정수 기술에 비해 설비가 간편하다는 것이 강점이라는데요, 이르면 세계 최초로 2018년에 실용화할 수 있다네요.

이 신문이 전한 미래는 이렇습니다.

‘201X년. 적도에 있는 신흥국 마을은 심각한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그곳에 차가 한 대가 도착했다. 인근 주민들이 그대로는 마실 수 없는 지하수를 물통에 담아 차 앞으로 몰려들었다. 차에서 내려온 직원은 호스를 꺼내 지하수를 빨아들였다. 몇 분 후 다른 호스에서 물이 졸졸 나왔다. 맑은 물이었다. “이제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어.” 주민들은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 같은데, 신문에 따르면 조만간 이런 광경을 세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정수 방법은 ‘광촉매’라는 기술을 활용한 것입니다. 광촉매란 일반적으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화학 반응이 빛을 받았을 때 반응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파나소닉이 이 분야 선두 기업인데,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정수 장치를 사용하면 더러운 물을 하루에 3톤 정도 깨끗한 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오염된 물에 파나소닉이 자체 개발 한 광촉매 입자를 풉니다. 이 입자의 정체는 흡착제로 알려진 제올라이트 입자에 이산화티타늄 입자를 붙인 것입니다. 여기에 자외선을 쐬고, 기포에 공기를 넣어 젓습니다. 그러면 물에 녹아있는 산소 분자가 활성 산소로 바뀝니다. 이 활성 산소가 비소와 육가크롬 등의 유해 금속을 분해하고 오염된 물을 무해한 물로 바꿉니다(문과 출신인 제가 이해하기에는 참, 어렵네요.ㅠ)

무해하다고는 해도, 이대로라면 광촉매는 수중 부유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거기서 처리한 물을 여과지와 같은 막에 통과시킵니다. 그러면 광촉매가 막에 남아 있고 깨끗한 물만 추출할 수 있습니다. 남은 광촉매는 재사용 가능합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현재 약 7억 명이 물부족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업 용수도 부족해 식량 부족의 원인이 되고 있고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5년에는 약 28억 명이 물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물 스트레스’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사정이 낫겠지만, 비위생적인 물을 마신 아이들이 연간 약 18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 광촉매를 이용한 정수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합니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정수 시스템의 수요가 동아시아 등에서 2020년 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합니다. 물론 지금도 역삼투막 (RO막)과 염소를 사용하는 방법 등으로 정수를 할 수 있지만 역삼투막을 사용할 때는 돈이 많이 들고, 염소는 처리할 수 있는 오염 물질에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광촉매 기술이 우위에 있다는 거죠.

파나소닉이 개발한 하루 3톤의 처리 능력을 갖춘 장치는 인도의 2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합니다. 톤당 정수 비용을 500엔 정도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라네요. 2018년도에는 물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동아시아 지역에 팔 계획입니다.

카메라와 복사기 등 빛을 이용한 기술을 응용해 세계 시장의 정상에 선 일본 기업입니다. 물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신문은 전합니다. 돈도 벌고 인류의 복지도 증진하는 이런 분야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뭔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