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반포주공2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조합(현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이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 재상고심에서 최근 “60억원의 사용료를 내라고 한 원심판단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반포 재건축 때 공원 편입되자
서초구·조합, 사용료 놓고 갈등
대법 2011년엔 “조합이 돈 내라”
올해 “사용료는 부당, 변상금 내야?
서초구 “변상금 시효 끝나 못 받아”
대법 “쟁점 달라 … 판결 문제없어”
2011년 2월 원심을 깨고 “사용료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재개발 사업에 대한 면제조항을 민간 재건축 사업으로까지 확대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랐다. 다만 감정가만 다시 계산해 “조합은 서초구에 60억원의 사용료를 내라”고 판결했다. 양측은 모두 재상고했다.
그런데 두 번째 판단에 나선 대법원 1부는 뜻밖에 “변상금은 물릴 수 있으나 사용료를 물리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판단 근거는 원래 행정재산이었던 문제의 공원이 주택 재건축 사업 시행인가가 나면서 일반재산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행정재산에 부과하는 사용료는 안 되고 일반재산에 부과하는 변상금만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파기된 재상고심은 서울고법이 세 번째로 심리 중이다.
유관 정부부처와 재건축 업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대법원 3부 판결을 근거로 “전국 323곳의 재건축조합이 총 1630억원에 달하는 공원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에 조사를 요구했다. 서울시도 지난해 말 각 재건축조합에 공원사용료를 부과하는 현황을 파악하라며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가장 당혹스러운 건 서초구다. 구 관계자는 “1차 상고심 때 이런 판결이 나왔다면 채권소멸시효(5년)가 남아 있어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7월로 시효가 끝나 지금은 사용료도, 변상금도 받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011년에는 사용료 면제 여부가 쟁점이었고 이번엔 재산의 성격이 쟁점이었기 때문에 판결이 엇갈렸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실의 혼란은 감안하지 않은 채 형식논리에 빠진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