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48·여)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난소 제거 수술을 받았다. 어머니가 59세에 난소암으로 숨졌고 언니가 51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고 했더니 의사가 유전자 검사를 권했다. 그 결과 난소암·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BRCA)가 있는 것으로 나와 암 예방 차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대학 교직원 황모(33·여)씨도 BRCA 검사를 받을 생각이다. 황씨의 어머니는 2년 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떴고 본인도 2년 전 난소에 혹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최근엔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40)가 유방에 이어 난소(나팔관 포함) 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한 뒤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졸리가 여성성을 상징하는 두 부위를 절제했다고 하니 놀랍다”며 “실제 이런 수술의 효과가 있는 건지, 이런 수술을 받아야 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목요일] 난소 절제술, 꼭 필요한가
외할머니·어머니·이모 모두 암
졸리, 수술로 암 확률 95% 줄여
난소암 5%는 유전적 이유로 발생
국내도 예방법으로 절제술 시행
유방암 위험도 50% 줄일 수 있어
노화·골다공증 증가 부작용
난소암과 유방암을 야기하는 유전자는 BRCA다. 이 유전자가 있으면 평생 난소암에 걸릴 확률(위험)이 30~40%(일반인은 1.5%), 유방암 확률이 50~80%(일반인은 10%)다. 졸리의 주치의들은 그의 유방암 확률이 87%, 난소암은 50%라고 추정했다.
이처럼 BRCA 유전자는 부모한테서 물려받는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는 “난소암의 5%는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가족 중에 유방암이나 난소암 환자가 있으면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임 전문의는 “부모의 BRCA 유전자는 자녀의 50%에게 유전되며 아들도 예외가 아니다”며 “아들에게 병은 발생하지 않지만 유전자가 후세대에게 유전된다”고 말했다. 난소암은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8.6명(유방암은 65.7명, 2012년 여성 기준)으로 그리 높지는 않다. 다만 5년 생존율은 61.9%(유방암은 91.3%)로 낮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잘 안 돼 상당히 진행돼서 발견된다. 3, 4기에서 발견되면 80%가 숨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BRCA 유전자가 있을 경우 수술의 이득과 위험을 따져 수술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한다. 세브란스병원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클리닉 남은지 교수는 “졸리가 이번에 난소를 제거함으로써 암에 걸릴 위험을 95~99% 줄였다”며 “유전적으로 BRCA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이 난소암을 예방하려면 난소 제거 수술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난소를 절제하면 유방암 위험을 50% 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술 외 다른 치료법도 있다. 먹는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국립암센터 임 전문의는 “피임약을 5년 복용하면 난소암 위험을 6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골반초음파 검사와 CA125 검사를 6개월마다 하는 게 좋다. 난소를 제거하면 폐경이 오고 출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정용욱 교수는 “난소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을 공급한다”며 “이를 제거하면 노화가 빨라지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증가하며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난소 제거 수술 수가는 수술비가 21만1200원, 재료비가 33만9000원이며 환자는 이의 20%를 부담한다. BRCA 검사는 유방암·난소암 진단을 받고 2촌 이내에 그런 암 환자가 있을 경우 검사비(53만3740원)에 건보가 적용된다. 이 경우 5%만 부담한다. 암 환자가 아닌 사람이 검사하면 건보가 안 돼 100만~200만원이 든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