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 친구 얘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평소 간통죄 폐지 쪽에 손을 들고 있었다. 민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형법까지 들이대는 건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란 게 첫 번째 이유였다.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문화된 법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 탓이 컸다. 이미 사랑이 식어버린 두 사람을 결혼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 묶어두려는 간통죄가 억지스럽게 느껴졌던 거다.
간통죄가 폐지된 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단번에 “잘된 일이지. 국가가 사생활에 너무 끼어드는 거잖아”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은 잠시. 이내 배신감이 밀려왔다. 결국 “지금 바람이라도 피우겠다는 거야?”라는 말을 내뱉었고 실랑이가 시작됐다. 두세 시간의 말다툼은 “간통죄는 없어졌지만 바람은 피우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끝이 났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니 머리와 달리 마음으로는 결혼의 ‘법적·제도적 견고함’에 의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간통죄가 폐지되자 쏟아진 항의 전화 역시 그 때문이 아닐까. 사랑과 결혼을 제도로 통제할 수 있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불안감 말이다.
옛것은 사라졌으나 새것은 오지 않은 상태. 간통죄가 폐지된 자리를 메워줄 새로운 결혼 윤리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좋은 점은 칭찬하고 허물은 덮어주면 된다”고 주례 선생님은 가르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결혼한 지 이제 6개월 남짓. 아직은 아니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내가 자식 하나 보고 참았어”라는 부모 세대의 푸념처럼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류정화 JTBC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