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 발표한 ‘2015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미국은 태평양의 힘이었고 힘으로 남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한달여 만에 이 정책에 등장한 경제, 군사, 역내 협력 모두가 난제를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전세계적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제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체결도 되기 전에 AIIB라는 중국발 태풍에 직면했다. TPP는 미국 주도로 일본 등이 참여하는게 큰 틀이라면 AIIB는 국제 금융의 변방이던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금융 기구의 탄생을 뜻한다. 그간 AIIB에 반대해온 백악관은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가 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호주·한국의 합류 가능성이 높아지자 수세에 몰렸다. 잭 루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하원 재무위 청문회에서 “다자 금융 체제에서 신인 선수들이 미국의 지도력에 도전하고 있다”며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새로운 다자기구라도 국제 사회가 마련한 높은 수준과 똑같은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며 중국이 좌지우지하는 기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 역시 “한국 등의 AIIB 가입 여부는 주권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참여국들이 앞장서서 국제적 기준을 도입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백악관 브리핑때 “미국은 가입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태평양 영향력 확대” 선언했지만
사드 중국 반대에 한미 관계 분기점
AIIB 참여국 늘며 TPP도 김 빠져
미국이 그리는 동맹국 간의 협력 강화도 한·일 관계에선 한계를 맞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한국·호주·필리핀 간의 상호 협력을 촉진시킨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아시아 핵심축인 한국과 주춧돌인 일본 간엔 과거사라는 난제가 계속된다. 미국 입장에선 한·미·일 삼각 협력은 과거사 갈등 속에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중국이라는 외부의 도전과 동맹국간 갈등이라는 내부의 문제가 겹치는 현장은 한국이다. 결국 한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최전선이 됐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