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취업 자유지만 옛 동료는 못 만나 … 고위직은 금지 대상·기간 늘어

중앙일보

입력 2015.03.17 00:34

수정 2015.03.1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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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카니(50) 전 백악관 대변인은 3년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한 핵심 참모다. 2008년 정부에 합류했고, 2011년부터 대변인을 맡아 오바마 행정부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가 이달 초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수석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임한 지 9개월 만이다. 로비를 포함해 홍보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미국 언론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아마존의 드론(무인기) 택배사업 문제를 해결하는 게 카니의 업무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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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미국에선 정부 요직에 있던 퇴직 공직자가 민간으로 이직할 때 한국식의 전관예우나 민관 유착은 아예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규제 방식에 있다.

프랑스·영국은 모든 공무원 대상
재직 시 업무와 관련성 꼼꼼히 따져

 미국은 퇴직 공무원의 민간 기업 취업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특정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고 규제하는 대신 모든 퇴직 공무원의 행위를 제한한다. 기업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재직 중 소속됐던 기관의 공무원을 접촉하거나 의사소통을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 제한 기간을 냉각 기간(cooling-off period)이라고 한다.

 모든 공무원은 직급과 관계없이 퇴직 전 직접 맡았던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공무원을 접촉하는 게 영구적으로 금지된다. 직위가 높으면 더 많은 제한을 가한다. 고위직은 퇴직 후 1년간 재직 당시 소속 기관 공무원과 모든 접촉을 할 수 없다. 최고위직 출신은 접촉 금지 대상이 ‘재직 당시 모든 부처 공무원’으로, 제한 기간은 ‘퇴직 후 2년’으로 확대된다.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만 달러(약 57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한국은 취업제한 대상자를 4급 이상 등 직급으로 한정할 뿐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선 한국과 유사한 취업제한 제도가 있긴 하다. 프랑스는 ▶적합 ▶부적합 ▶조건부 적합 ▶조건부 부적합 등 4개로 나눈다. 조건부 적합은 ‘재직 시 맡았던 부처와 관련되는 분야에서 활동하지 않음’과 같은 조건을 붙여 취업할 수 있다. 2013년 프랑스 공직윤리위원회 취업제한 심사 결과 적합 의견과 조건부 적합 의견은 각각 42%였다. 부적합 의견은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업무관련성 판단은 꼼꼼하게 따진다. 영국은 ▶예비 고용주에게 이로울 수 있는 정부 정책과 관련된 업무 ▶정부의 미발표 정책이나 특정인만 접근 가능한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 등을 제시한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퇴직 공직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취업을 제한하기보다 공익과 사익의 경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적 위험요인을 구체적으로 제어하는 방향으로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로비에 대한 규제는 본래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