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두산은 송일수(65) 감독을 1년 만에 해임하고 김태형(48·사진) 감독을 선임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김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공동 2위(4승2패·16일 현재)로 선전하고 있다. 지난 11일 만난 김 감독은 “두산의 팀 컬러가 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두산의 야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 이기는 야구다. 우승을 목표로 차근차근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끝까지 포기않는 팀컬러 되살려
이기는 야구로 우승 향해 나아갈 것
선수들 잘하고 있어, 나만 잘하면 돼"
“지난해 10월 양의지(28)에게 ‘주전 포수는 너니까 투수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포수 최재훈(26)이 성장했지만 양의지가 더 잘해줘야 팀이 안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양의지가 독해졌다.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포수가 된 것 같다. 투수에게 공을 건네줄 때 손으로 잘 닦아서 주더라.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깨닫고 잘 움직이고 있다. 감독만 잘하면 된다.”
-선수 시절 성격이 불 같았다는데.
“내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주장일 때는 기본자세가 안 돼 있거나 책임감이 부족한 선수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현재 주장 오재원(30)이 잘 하고 있지만 다소 내성적인 편이다. 최고참 홍성흔(38)에게 더 큰 리더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감독이 된 후 그는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등 스킨십에 신경 쓰고 있다. 대신 홍성흔·오재원·양의지 등에게 ‘주장 김태형’이 했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선수 시절 부상이 많았다.
“고질적인 어깨 탈골이 있었다. 정말 힘들었다. 대학교 4학년 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팔이 빠졌다. 사실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포수로서 투수들을 잘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단국대 졸업 후 1990년 OB(두산의 전신)에 입단한 그는 곧바로 1군에서 뛰었다. 그러나 2001년까지 12시즌 동안 100경기 이상 뛴 시즌은 두 차례 뿐이었다. 통산 기록은 타율 0.235, 9홈런, 157타점. 공격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뛰어난 투수 리드와 높은 도루저지율(0.320)을 기록했다. 두 번의 우승(1995·2001년)도 맛봤다. 은퇴 후 두산 코치(2002~10년), SK 코치(2011~14년)를 지낸 뒤 친정팀 지휘봉을 잡았다.
-왜 두산 감독이 됐다고 생각하나.
“내가 특별히 인성이나 기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장을 할 땐 지금 세대에는 통하지 않을 정도로 무섭게 후배들을 대했다. 별명이 ‘불곰’이었다. 반대로 구단 사장이나 단장에게 할 말이 있으면 사무실로 겁없이 들어가서 얘기했다. 그걸 좋게 봐준 것 같다.”
- 두산의 팀컬러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성적이 나빴기 때문이다. (2013년까지) 두산은 꾸준한 성적을 냈다. 짧은 시간에 그걸 잃어서 팬들의 실망이 더 컸던 것 같다. 두산다운 야구는 이기는 야구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다. 성적이 좋아지면 ‘허슬두(hustle+두산, 활기차고 몸을 아끼지 않는 두산 스타일)’라는 색깔도 선명해질 거다.”
지난 겨울 두산은 착실하게 전력을 다졌다. 에이스 니퍼트(34)와 재계약했고, FA(자유계약선수) 투수 장원준(30)도 영입했다.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마무리 투수도 4년차 윤명준(26)으로 낙점했다.
-코치 시절 선배 감독들에게 배운 점은.
“김인식 감독님과 김경문(현 NC) 감독님의 장점은 많이 참는다는 거다. 김경문 감독은 카리스마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셨고, 김인식 감독은 봐도 못 본 척 넘어가실 때가 있었다. 나와는 다른 부분이지만 나도 모르게 배운 것 같다. 감독이 화를 내더라도 선수들이 납득이 가는 부분에서 그래야 한다.”
-우승에 대한 부담은 없나.
“두산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삼성이 강력한 우승후보지만 다른 팀에게도 기회는 있다. 두산도 마찬가지다.”
◆돌아온 윤석민, 1이닝 무실점=LG는 15일 KIA와의 광주 시범경기에서 11-1로 대승, 1위(5승2패)를 지켰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돌아온 윤석민(KIA)은 이날 첫 실전 경기를 무난하게 치렀다. 1-4로 뒤진 6회 나와 1이닝 동안 삼진 2개 무실점으로 막았다. 박병호(넥센)는 서울 목동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솔로홈런(시범경기 3호)을 터뜨려 2-1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kt전에서 8회 김현수의 결승 2루타로 6-4로 이겼다. SK는 삼성을 9-3으로 꺾었고, NC는 한화를 2-1로 이겼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