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한·일 외교소식통은 9일 “국교 정상화 50년을 맞아 양국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물 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루히토 왕세자를 공식 초청하는 문서를 한국 측이 일 정부에 보냈다”며 “하지만 일 정부는 ‘일정상 힘들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공식 외교 경로를 통해 전해왔다”고 말했다.
왕세자 13년째 물 포럼 명예총재
한국, 내달 행사 초청했지만 무산
이에 따라 한국 측에선 양국 정부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로 나루히토 왕세자의 ‘물 포럼’ 참석을 모색해 왔다. 공식 초청장이 전달된 후인 지난해 9월 말에는 유흥수 주일대사가 일 왕실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일왕에게 이 문제를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왕세자는 방한에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만일의 사태 시 경호문제와 정치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일 정부가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말했다. 대외적인 명분은 ‘일정상 이유’였지만 2012년 독도 방문 직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했던 발언의 여파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 오는 8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기존 담화에 있는 ‘침략’ ‘식민지 지배’ 등의 표현을 뺀 ‘아베 담화’를 내려는 참에 왕세자가 방한할 경우 지장을 받을 것이란 판단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