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 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 피천득(1910~2007) ‘이 순간’ 중에서
옛날엔 밤하늘의 별을 보거나 베토벤 음악을 들으며 감탄만 했지 그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화려하고 찬란한지 간과했었다. 나는 젊었었다. 그런 것은 언제든 리필이 되는 줄 알았다.
선생님이 이 시집을 내신 것이 83세다. 이 시도 어느 정도 연세가 되셨을 때 쓰신 것 같다. 이후 이 시를 여러 모임에서 읽었다. 어쩌면 인간은 유한한 인생을 살기 때문에 이 순간 순간을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끼는 것 아닐까. 그래서 신이 인간을 부러워하는 단 하나, 사람은 영원하지 않고 죽는다는 사실이라던가?
김세원 성우·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