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 집값 댄다고 특급호텔 결혼 … 예식비만 6000만원

중앙일보

입력 2015.03.03 01:22

수정 2015.03.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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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교사 김미옥(가명·60·여)씨 부부는 지난해 큰딸을 결혼시키는 데 1억5000만원이 들었다. 이 중 6000만원이 예식비였다. 부부는 결국 1억원짜리 오피스텔을 급매로 팔았다.

 사돈댁은 자신들이 아파트 전세금 3억원을 내는 대신 결혼식은 서울 강남 소재 특1급 호텔에서 하고, 부대비용도 신부 쪽에서 부담하라고 했다. 우선 ‘스드메(스튜디오+메이크업+드레스)’부터 부담이 됐다. 호텔 인근 스튜디오와 메이크업숍을 고르니 600만원을 불렀다. 수입 드레스 대여에 30만~50만원, 도우미(헬퍼)와 머리 장식 등 비용을 합치자 800만원이 나왔다. 꽃 장식의 경우 ‘백합 기본’에 간소한 꾸밈을 골랐는데도 1500만원이었다. 1인당 14만원씩인 식대를 내고 나니 축의금을 보태도 3000만원이 모자랐다. 여기에 폐백과 이바지 음식, 주례비 등을 합쳐 6000만원을 지출해야 했다.

[반퇴 시대] 부모 등골 빼는 자녀 결혼비용
'스드메' 800만원, 꽃장식 1500만원
모든 게 패키지 … 뻥튀기 담합 의혹

 사실 김씨 부부는 호텔 결혼식을 치를 형편이 안 됐다. 몇 년 전 남편이 사업을 그만둔 뒤 월 300만원씩 나오는 교원 연금으로 생활을 꾸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편 명의 오피스텔에서 월 70만원씩 나오는 월세도 끊기게 된 것이다. 김씨는 “아들 결혼시킬 땐 집 평수를 줄일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딩업계에 따르면 국내 웨딩산업(예식·혼수 등 포함) 시장 규모는 2006년 6조원대에서 지난해 20조원을 넘어섰다. 1999년 예식업이 자유업으로 전환된 후 호텔 예식이 가능해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스드메’ 같은 결혼 준비비용도 덩달아 올랐다. 2000년대 초반 100만~300만원 정도이던 ‘웨딩패키지’ 가격은 현재 300만~1000만원에 달한다.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가격을 ‘뻥튀기’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미경 한국부인총연합회 실장은 “서울 강남 일대의 웨딩업체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1~3등급을 정한 뒤 200만원씩 차등을 둬 비용을 책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관련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오지영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팀장은 “소비자들이 업체들과 손잡은 웨딩플래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채윤경·노진호·조혜경 기자
p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