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는 한 국가가 상품·서비스·배당·이자 거래에서 낸 흑자와 적자 모두를 따져 산출한다. 한국 경제가 그만큼 외화를 벌어들였다는 뜻이지만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80년대 수출 호황기와는 흑자 성격이 한참 달라서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올 1월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0%, 수입액은 16.9%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조짐이 뚜렷하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국제유가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석유류를 비롯한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서 수입 액수가 줄었다는 의미다. 시장의 분석은 좀 더 냉정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 수출경기에 브레이크가 걸렸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금리 인하, 일본·유럽 양적완화
수출 브레이크 '원고 불황' 가능성
"당국 환율 개입 나설 것" 전망도
불황형 흑자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한은이 통화전쟁에 참여하리란 시장의 기대는 한층 커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2.4원 내린 1100.8원에 마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상흑자 지표보다는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더 끼쳤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후 인하하거나 외환당국이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한 환율 개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고 분석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유가 수혜로 인한 경상흑자 증가, ECB 양적완화로 유럽계 자금 국내 증시 유입 기대,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견고한 수요 등 원화 값 약세를 제한할 요인이 많다”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