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자식 교육만 잘 시키면 대부분 노후가 편안했다. 자녀들이 봉양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중년세대는 그런 기대를 아예 접는 것이 현명하다. 1980년대 우리나라 노인들은 노후 수입원 중 자녀의 도움이 70%를 넘었다. 지금은 30%로 낮아졌다. 현재 중년세대가 노인이 되는 미래엔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녀 도움이 거의 없어질 게 분명하다. 믿었던 국민연금도 이들이 살아 있을 때 바닥이 드러날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53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계했다. 아득히 먼 장래 같지만 지금 40대가 80대에 겪게 될 일이다. 쌓아놓은 공적연금마저 없어지는 마당에 국가에 노인 생계를 지원할 재정여력이 있을 리 없다.
결국 개인이 현명하게 노후를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은 출산연령이 늦어지면서 은퇴가 다가온 50대 때 자녀 교육비 부담이 가장 커진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른 한국의 40대는 지금처럼 교육비를 쓸 경우 반퇴시기인 50대에 가혹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지출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40대의 가처분소득 중 교육비 지출 비중은 미국의 7배나 된다. 교육비 지출이 훨씬 적은 미국도 과도한 자녀 교육비 부담이 중산층 몰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물며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한국 중산층의 미래는 더 어둡다. 지금 안정된 중산층이라 하더라도 은퇴 후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빈곤한 노후를 맞지 않으려면 중년세대는 지출, 특히 교육비를 줄여야 한다. 교육비 비중을 소득의 20% 정도로 확 낮추는 게 필요하다. 자녀 교육비를 절약해 생긴 여유자금은 개인연금이나 자신의 교육비로 투자하는 게 좋다. 고령화로 지금 중년 세대는 교육-취업-반퇴-재교육-재취업-완퇴(完退)의 라이프 사이클을 밟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돼서도 괜찮은 일자리를 가지려면 중년 때 인생 후반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 결혼비용도 마찬가지다. 자식에 대한 의무감, 혹은 체면 때문에 노후를 위한 최후의 종잣돈을 날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