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절반이 설국인 '타호 호수' 19세기에서 시간 멈춘 소도시

중앙일보

입력 2015.02.26 00:01

수정 2015.05.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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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타호 주변 스키장에서 활강을 하면 호수로 빨려드는 기분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익숙하지만 네바다주는 낯설다. 라스베이거스 인구가 네바다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라스베이거스 게임산업으로 거둔 세금이 주 경제를 떠받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나 라스베이거스가 네바다주의 전부라고 하면 곤란하다. 네바다주에는 라스베이거스 외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도시가 여럿 있고, 1800년대에서 시간이 멎은 매력적인 도시도 있다. 무엇보다 네바다주에는 레저 여행의 천국 타호 호수(Lake Tahoe)가 있다.

Discover America ③ 네바다주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호수 ‘타호’

호수를 떠다니는 크루즈에서는 호화로운 선상 만찬을 즐길 수 있다.
네바다주를 여행한다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이름은 ‘레이크 타호’다. 2012년 USA투데이 독자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호수’ 1위로 선정됐다. 타호는 아메리카 원주민 말로 ‘큰 물’을 뜻한다. 철도를 깔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호수를 보고 ‘대호(大湖)’라고 외쳤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뜻은 통한다.

호수는 거대하다.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중턱, 해발 1900m에 있다. 호수 면적은 665㎢, 여의도 면적의 무려 147배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500m를 넘는다. 바로 이 호수에서, 또 호수 주변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레저활동을 즐긴다.


리노 다운타운에 있는 자동차 박물관. 19세기 옷을 입어 볼 수 있다.


레이크 타호가 가장 북적거리는 때는 겨울이다. 스키·스노보드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서다. 레이크 타호의 겨울은 길다. 스키장은 보통 11월 말께 개장해 이듬해 4월까지 운영한다. 9월에 첫눈이 내릴 때도 있고, 5월까지 문을 여는 스키장도 있다. 그러니까 1년 중 절반을 스키를 즐길 수 있다. 10여 개 스키 리조트는 미국에서도 최상급 자연설질을 자랑한다. 한겨울에 찾아가면 샴페인파우더 설질을 만날 수 있다. 호수를 내려다보며 슬로프 위를 미끄러지는 기분이 짜릿하다.

레이크 타호의 관문도시 리노는 일찌감치 카지노가 발전했다.
여름과 가을도 매력적이다. 호수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둘러싸여 선선하다. 산에서 트레킹이나 자전거를 즐기고,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굽어보던 호수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 수영은 물론 패들보트·카약·제트스키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가을에는 유람선이나 크루즈를 타고 호수를 둘러싼 울창한 숲과 그림 같은 경치를 관람한다.

레이크 타호로 가려면 리노(Reno)까지 국내선 항공으로 이동하면 편하다. 리노에서 레이크 타호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10분 거리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자동차로 약 3시간 걸린다.

#매력적인 소도시 리노·버지니아시티

버지니아시티에서 9월에 열리는 낙타 경주 대회.
매력적인 소도시 여행도 빠뜨릴 수 없다. 먼저 들를 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도시(The biggest little city in the world)’다. 이 형용모순적인 표현은 리노의 애칭이다. 도시 중심가에 들어서면 바로 이 문구가 새겨진 아치가 반겨준다. 리노는 카지노 도시다. 라스베이거스와 규모를 비교할 순 없지만 미국 최대의 카지노 회사 중 하나인 하라스 엔터테인먼트(현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여기서 태어났다.

레이크타호는 하이킹, 산악자전거의 천국이다.
1950년 이전, 그러니까 라스베이거스가 발전하기 전에 리노는 휘황찬란한 도시였다. 미국 전역에 금주령이 내려졌을 때도 네바다는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는 해방구였다. 매춘도 합법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도시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레이크 타호를 오가는 길에 들른다. 카지노를 즐기고, 도심에 줄지어 선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흥에 취한다.

리노 다운타운에 있는 자동차 박물관도 유명하다. 하라스 엔터테인먼트를 세운 윌리엄 하라의 소장품을 볼 수 있고, 19세기풍 옷도 입어볼 수도 있다. 리버워크(Riverwalk) 지역의 상점과 레스토랑은 한 달에 한번씩 와인 워크를 개최한다. 20달러만 내면, 와인 잔을 들고 다니며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버지니아시티에 있는 마크 트웨인 박물관.
리노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30분만 가면 버지니아시티(Virginia city)가 나온다. 은이 많아 네바다 최고의 광산도시였는데 상점과 호텔 등 모든 건축물이 1800년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가이드와 함께 트롤리를 타고 주요 명소를 돌아볼 수 있는 버지니아 트롤리 버스도 인기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 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네바다주관광청 홈페이지(travelnevada.co.kr) 참조.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네바다주관광청 한국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