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행교 만들어 종묘~남산 산책길 잇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5.02.25 00:39

수정 2015.02.2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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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가동(왼쪽)과 청계상가를 잇는 ‘청계공중보행교’의 조감도. 공중보행교의 세부 디자인은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5월 말 결정된다. [사진 서울시]

서울 세운상가를 종묘~남산을 잇는 입체 보행로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했던 공중보행교를 10년 만에 다시 짓는 것이 첫 걸음이다. 이를 위해 상가의 노후화된 보행데크를 보수·보강하고 주변엔 건널목과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의 세운상가 활성화(재생) 종합계획을 24일 발표했으며 국제 공모전(2월 24~5월 30일)도 연다.

서울시, 세운상가 활성화 종합계획
청계천으로 끊어진 길 내년 복원
상가 낡은 보행데크 리모델링
접근 쉽게 건널목·승강기 신설도

 종묘와 맞닿아 있는 세운상가는 종로부터 퇴계로까지 남북으로 약 1㎞(대림상가·삼풍상가·진양상가 등 포함)에 이른다. 내년 말 완공될 ‘청계공중보행교’는 세운상가 가동과 청계상가를 잇는 다리다. 10년 전 철거 된 이후 인근 주민·상인들은 “공중보행교 철거가 상권침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새 공중보행교가 건설되면 종로~을지로 구간을 남북으로 잇는 핵심보행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운상가 2층 보행데크와 공중보행교가 연결되면 시민들은 청계천과 도심 건축물들을 내려다보며 거닐 수 있다. 2017년 이후 2단계 구간(삼풍상가~진양상가)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종묘~남산을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앞서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세운상가 프로젝트에 대해 “한강에서 출발해 용산공원과 남산을 넘으면 세운상가의 공중 보행로가 나오고, 이를 따라 종묘를 거쳐 북한산에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종묘 입구에 20m 폭의 횡단보도도 새로 놓는다. 조선시대에 왕이 지나가던 종묘 어도(御道)의 폭을 고려한 것이다. 종묘와 세운상가를 연결하는 도시 농업공원인 세운초록띠공원은 문화공연용 광장으로 조성된다.

 한때 ‘전국 최대의 만물상’이라 불렸던 세운상가가 옛 전성기를 되찾도록 산업생태계 지원·보전계획도 세웠다. 상가 내 공실을 창업공간으로 만들고 업종별로 ‘세운장인상’을 신설해 우수 기술자들을 지원한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 인근 건물 및 토지를 확보한뒤 산업 기반시설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하드웨어에 신경쓰느라 노후상가를 채울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구역마다 건물 소유자·세입자·상인들간 의견이 달라 생긴 지역민들의 불만 해소도 과제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세운상가는 현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스토리텔링의 강점이 있는 공간“이라며 “‘세운기억저장소’ 등 시민·관광객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문화예술활동가 참여프로그램과 지역축제 연계방안 등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9월부터 상가별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면담·설문조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세운상가=한국 1세대 근대건축가인 고(故) 김수근의 작품이다. 세운(世運)은 ‘세상의 기운을 모은다’는 뜻이다. 상가·아파트·수퍼마켓이 한 공간에 있는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다. 약 10m 폭으로 설치된 2층 데크는 유모차를 끌고 쇼핑할 수 있는 공중보행로로 설계됐다. 1970년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전기·전자산업의 메카로 떠올랐다. 그러나 강남 개발과 용산전자상가로 인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9년 ‘세운녹지축조성사업’을 발표하고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하려 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반발과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무산됐다. 지난해 3월 박원순 시장은 철거 계획을 백지화하고 세운상가를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뒤 도시재생의 상징적인 사업지로 공표했다.

장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