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글로벌 물류시장은 매년 평균 7%씩 성장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속도를 내며 무역장벽이 급격히 낮아진데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별로 수직계열화 분업이 이뤄짐에 따라 부품과 완제품의 물류가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 최대 물류기업도 덩치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갔다. 주력 지역인 유럽을 넘어 아시아 신규 수요까지 흡수한 도이치포스트 DHL은 2013년 약 8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자동차의 연매출(지난해 약 89조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턱없이 작은 국내 물류시장
무역장벽 낮아지는데 영세업 난립
제조업보다 세제·금융 지원 적어
제대로 관리할 컨트롤타워도 없어
경쟁력 21위 … 일본 8위, 미국 9위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이 영세하다는 점을 가장 큰 한계로 지적한다. 월드뱅크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물류산업 경쟁력은 일본(8위), 미국(9위)에 한참 뒤진 21위로 나타났다. 김학소 국제물류연구회 회장은 “국제운송 등 서비스 품질은 나쁘지 않지만 통관·화물추적시스템 등 인프라가 낙후되었다는 평가를 듣는다”며 “결국 기업이 영세해서 우수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16만개 이상의 물류기업이 난립하면서 평균 매출액은 6억원에 불과하다.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의 물류 강국 기업의 평균 매출액이 각각 29억원, 40억원인 것과 비교된다.
그룹 내부 거래 뿐 아니라 외부 수요까지 소화하는 ‘3자 물류’로 확대해야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 물류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물류업계에서는 ‘덩치 키우기’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한국무역협회·한국선주협회·한국물류산업정책연구원 등 국내 물류 관련 민간 협회와 학회 등 20곳은 지난해 ‘한국물류산업화추진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발족하고 “물류업을 제조업 못지 않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주장을 내세웠다.
협의회는 물류산업의 진흥을 위해 제조업 못지 않은 수준으로 금융·세제·정책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싱가포르·네덜란드 등 선진 물류국가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물류 정책을 통해 산업을 키울 수 있었다. 실제로 국내에서 물류업은 제조업보다 정부 지원 혜택을 적게 받는다. 예를 들어 제조 대기업은 설비투자에 대해 최대 5~6%의 세액 공제를 받지만, 설비 투자보다 창고·운송 관리 등 솔루션에 대한 투자가 많은 물류 대기업은 최대 3%까지만 세액 공제를 받는다. 지난해 6월 대한상의는 물류기업에 대해 제조업 수준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화주기업이 3자 물류를 이용하면 혜택을 더 주는 인센티브제의 확대 시행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 외에도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에 흩어진 물류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설립되어야 물류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진일 협의회장은 “컨트롤타워가 수립되면 제도와 규제를 넘어 항만과 육상 터미널, 유통 현장 곳곳에 흩어진 물류 시설 등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학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물류시장의 7% 비중을 차지할만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본다. 한국을 중심으로 반경 1500㎞안에 위치한 중국·일본 등 3개 국가는 인구 7억명의 거대한 단일 유통 시장이다. 대륙철도나 북극항로가 열리면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된다. 성장하는 물류 시장에서 미리 경쟁력을 확보해 놓아야 할 이유다.
박미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