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2014년 11월│87호] “끔찍한 학살의 가해자도 결국 우리와 똑같은 존재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누리는 것 중엔 누군가의 고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고백한다. 조슈아 오펜하이머(41) 감독은 한때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꿨던 내가 가장 만나보고 싶던 감독이었다. 그가 만든 다큐 ‘액트 오브 킬링’(2012)은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가해자가 50년 전 자신이 주도했던 학살을 직접 영화로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지만, 미국인 감독이 제3자의 관점에서 타국의 민감한 근대사를 자극적으로 다뤘다는 논란도 있었다. 오펜하이머 감독을 만난 건 그가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인도네시아 학살을 다룬 두 번째 다큐 ‘침묵의 시선’(2014)을 들고 왔을 때였다. 지적이고 차가운 사진 속 모습과 달리 무척 친근하고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살인이 죄라는 개념조차 없는 가해자를 비윤리적으로 다뤘다는 오해도 그와 얘기를 나누며 완전히 풀렸다. 그의 차분한 어조와 따뜻한 눈빛에서 그가 가해자인 주인공 안와르에게 얼마나 인간적으로 접근하려 했는지 느꼈다. 안와르를 통해 인간 내면의 추악함을 드러내고자 했던 그의 의도도 깊이 와닿았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에게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한 사진집을 선물했다. 그가 한국을 떠올릴 때마다 이 땅의 아픔도 상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모영 감독 2014년 12월│93호] “다큐는 유명해지길 바라지만, 다큐 감독은 유명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 같은 독립 다큐 감독들은 내일도 유명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미는 오직 영화를 만드는 데 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독립영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스크린 수를 줄이고, 다른 독립 다큐의 홍보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이 유명해질 이유가 없다’는 그의 말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에서 인류 보편적인 매력과 힘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한국인이야말로 고통과 번영, 타락을 두루 겪은 민족이란 이유에서다. “앞으로도 ‘조선 놈’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웃던 그는 현재 탈북자 출신 잠수부를 다룬 차기작 ‘이방인’을 제작 중이다.
[이레 2015년 1월│94호] “‘네가 나한테 엄마를 빌려줘야 해’, 하루에게 이렇게 부탁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강혜정 이모와 계속 같이 연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루는 아직 어린 데다 외동딸이니, 제가 허락을 받은 거예요.”
고석희 기자, 사진=STUDIO 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