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만 감독 2015년 1월│95호] “한계가 곧 그 사람의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한계가 있음에도, 하느냐 마느냐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낯선 사람에게서 내밀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일, 상대의 입술이 빚어내는 단어 하나하나에 귀를 세우고 그 의중을 파악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겉으로야 속 편한 사람처럼 웃고 있어도 마음속은 늘 전쟁.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순간은 꽤 있지만, 인터뷰이의 말에 가슴이 뒤흔들린 적은 많지 않다. 그 흔치 않은 사람 중 한 명이 김상만(45) 감독이다. 목소리를 잃은 천재 성악가 배재철(유지태)의 재기를 그린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를 내놓은 그에게, 실화라는 부담에도 이 영화를 해야만 했던 이유를 물었다. 그는 “비록 최고의 기량을 회복할 순 없었지만, 한계를 개성으로 만들어낸 주인공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이 말을 덧붙였다. 그때,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나는 울 뻔했다.
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노력하는 이에게 한계란 없다’는 말을 듣고 산다. 최선을 다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아니 그럴 때가 훨씬 많은데 세상은 언제나 ‘한계에는 한계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나의 절망과 나의 부족함, 나의 한계가 개성이 될 수 있다니. 그에게서 받은 위로는 영화만큼이나 따뜻했다. 아쉽게도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팔 할은 이 말 때문이다.
[고아성 2014년 2월│52호] “늘 거짓말을 한다. 잘 있다고, 잘 지낸다고. ‘나 별일 없이 살고 있어’라는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처럼 말이다.”
[송강호 2013년 12월│44호] “섹시하다는 말? 지금도 굉장히 많이 듣고 있다(웃음).”
솔직히 말해 송강호(48)가 섹시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길. 아마 없을 거다. 그래, 송강호는 ‘섹시’란 말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다. ‘소탈하다’ ‘인간적이다’는 수식이면 몰라도 말이다. 그래서 ‘변호인’(2013, 양우석 감독) 주연을 맡은 그를 처음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그가 생각보다 훨씬 훤칠하고 멋있었던 것이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기자의 말을 경청하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기를 잊지 않았다. 그런 자세는 더 섹시했다.
내가 ‘소탈하다는 말보다 섹시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느냐’고 농을 쳤을 때 그가 한 답변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크게 웃었다. ‘변호인’은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가 됐다. 섹시한 송강호 덕분이다. 그런 생각을 혼자만 해본다.
임주리 기자, 사진=STUDIO 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