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많이 배워 … 야당 존중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2015.02.17 00:58

수정 2015.02.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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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신임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서울 도곡동 자택으로 들어서며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로 감사드린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잘 모시고, 국정의 중요한 한 축으로 야당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완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16일 오후 3시10분. 이 총리는 여의도 국회 앞의 한 원룸에 있었다. 이 총리가 사무실 겸 휴식처로 이용해온 곳이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자택에 머물다 이곳으로 와 TV로 본회의 상황을 지켜봤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후 그는 원내대표 시절 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등과 전화 통화를 했다. 지인들에겐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회 앞 원룸서 TV로 표결 지켜봐
청문회 상처, 책임총리 역할 주목

 총리 인준 후 공식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다만 자택으로 돌아가다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로 감사드리고, 한편으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잘 모시고, 국정의 중요한 한 축으로 야당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013년 4·24 재·보선으로 3선이 돼 국회에 재입성한 뒤 지난해 소속 의원들의 추대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됐고, 이날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총리가 됐다. 하지만 총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차남의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생채기가 나고, 언론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녹취까지 공개됐다. 본회의 표결에선 새누리당에서도 이탈 표가 나왔다.

 주목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가 ‘책임총리’ 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이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책임총리는 법률 용어가 아닌 정치적 용어”라면서도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혀왔다. 사실상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총리 내정 직후엔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면서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표적 총리의 권한은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이다. 역대 어떤 총리도 두 개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적이 없다. 이 총리가 이런 의미에서의 책임총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이 총리가 적잖은 상처를 입은 탓에 청와대에 밀착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총리에겐 일단 리더십 회복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측근은 “ 자리에 연연하다간 더욱 궁지에 몰린다는 걸 본인이 잘 알고 있다”며 “오히려 총리로서 강공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는 공직기강 세우기가 될 거라고 한다. 지난해 4월 정홍원 전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10개월간 자리를 유지하면서 공직사회의 기강이 흐트러져 있다는 인식에서다.

 당·정·청 소통 강화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이 총리는 원내대표 때 불거진 연말정산 대란 등을 몸소 겪으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가 한목소리로 당·정·청 소통 강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이 총리가 가교 역할을 하면서 리더십 회복을 모색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총리는 17일 국무회의 참석에 이어 중앙 재난안전 상황실과 경찰청 상황실을 잇따라 방문하며 ‘국민안전행보’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글=권호·현일훈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