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송 채널4 ‘고글박스(Gogglebox)’의 포맷을 가져온 이 프로는 유튜브의 인기 장르인 ‘리액션비디오’를 떠올리게도 한다. 팬들이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모습을 담은 웹비디오 말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활성화돼 있고, K팝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음악을 듣는 자기 모습을 직접 찍어 올리니 ‘동영상 셀카’쯤 된다. 해외 팬들의 리액션비디오를 순례하듯 찾아보는 국내 팬들도 많다.
사실 리액션비디오야말로 디지털 시대 문화소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셀카가 그렇듯 그 핵심에 나르시시즘이 있다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 자신의 모습, 음식을 먹는 자기 모습(‘먹방’)을 찍어 올린다. 여기에 공유가 보태진다. 공유의 동력 역시 나르시시즘이다. 이렇게 멋진 나, 이렇게 독특하고 웃긴 나를 봐 달라, 이렇게 재미있는 게시물을 공유하는 쿨한 나를 알아 달라는 것이다. 나르시시즘과 승인욕구의 결합이다. 그리고 아마도 셀카봉은 그 나르시시즘의 최고봉일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360도 빙빙 도는 세상을 담으니 말이다.
물론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이런 나르시시즘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여기선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 본방사수는 물론이고 온가족이 한데 모여 TV를 본다는 것 자체가 사라져 가는 풍경이다. 집안의 중심에 TV가 놓여지고, TV 시간대가 일상의 시간대를 구획하며, 심지어 인기 드라마 시간에는 수돗물 사용량이 줄었다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외마디 구호 같은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저무는 지상파 황금시대에 대한 오마주(헌사)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