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신경림(1936~ )의 ‘목계장터’ 중에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돌처럼
떠돌고 구르는 민초의 삶
어떤 이는 시인의 시를 민중시라고 부릅니다. 어렵게 여겨지는 시가 우리말의 아름다운 정겨움으로 이토록 가깝고 살갑게 다가올 수 있다면 무슨 시인들 어떻습니까.
1970년대 초 제가 언론사의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맺어진 인연이 40여 년이 지났습니다. 70~80년대 험한 시절엔 모여 다니다 반국가단체로 몰릴까 두려워 ‘무명(無名) 산악회’라는 산행모임을 함께하기도 하면서, 좋은 일이나 궂은 일이나 말씀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팔순을 넘기신 시인이 후배들과 함께 건강하게 산에도 오르고 좋은 글도 오래 쓰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부영 한일협정재협상국민행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