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의 재정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2009년 224%였던 재정력 지수는 지난해 145.5%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재정력 지수란 재정 수요액 대비 재정 수입액을 뜻한다. 재정력 100% 미만은 자체 수입으로는 사업비·인건비 등의 수요를 충당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송파구의 경우 2010년 재정력이 100% 이하로 떨어진 이래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2012년부터 100%이하로 떨어져 지난해 93.3%를 기록했다. 강남 3구만 이렇게 재정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서울 25개구 모두 재정력 지수는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강북·노원·도봉·성북구 등은 재정력 지수가 50% 미만이다. 한국재정학회장인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으로 세수는 열악해지는데 연금·보육 등의 복지 비용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각 자치구의 재정이 부실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재정 상태는 나빠지는데 예산은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 걸까. 중앙일보 江南通新은 강남·서초·송파 3구의 올해 예산안을 들여다 봤다. 강남 3구의 올해 예산안, 각 사업설명서, 세출·세입 예산서를 입수해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와 함께 분석해봤다. 강남 3구가 올해 쓰는 예산은 각 구별로 4000억~60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될 만한 사업들을 추려봤다.
강남 3구 올해 예산서 입수
강남구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강남 지역 주요 상권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에 올해도 1억원 이상을 배정했다. 지금까지 강남구가 설치한 조형물은 2013년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세운 ‘I love you’ 조형물과 지난해 삼성동에 설치한 조형물 ‘춤추는 피에로’가 있다. 여기에 매년 1억~2억원를 책정했다. 하지만 쓰지 않고 남은 불용액이 매년 수천만원이다. 이 사업은 강남구와 해당 지역 상인이 공동으로 돈을 내는 형식인데 금전적 부담 때문에 상인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관수 강남구 의원(역삼2동·도곡동)은 “경제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사업 시행은 결국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송파구는 연 4회의 ‘직원 정례조례 문화공연’에 연간 1000만원을 배정했다. 가수 등 연예인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구청 직원들만의 행사로 주민 참여는 배제됐다. 송파구의 ‘뮤지컬 지원’ 사업은 적자가 심했다. 2013년부터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A 뮤지컬을 주관하며 지난해 3000만원의 세금을 제작사에 보조했다. 하지만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올해 8000만원을 또 책정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대관료·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사업’이지만 한류를 알리자는 취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구민들은 불만이다. 삼성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조모씨(29)씨는 “굳이 수천만원이나 들여 조형물을 세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잠실동에 사는 김모씨(35)는 “직원용 행사에 과한 세금을 들이는 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강남3구의 공무원 복지는 다른 구에 비해 높다. 강남구는 5급 이상 직원에게 월 5만원, 6급 이하 직원에게는 월 2만원의 휴대전화 비용을 지급한다. 전체 직원 수가 1400명이니 매년 수억 원의 휴대전화 비용이 지급되는 것이다. 윤두현 강남구청 총무팀장은 “매달 통장에 지급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서초구는 5급 이상 월 4만5000원, 6급 이하 팀장급에 월 1만8000원(팀장급)을 지급한다. 이준우 서초구 의원(서초2·4동)은 “직급에 상관없이 (잦은 외근 등) 부서 특성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비용을 보조하는 구는 많지 않다. 강북구·노원구 등은 5급 이상 국장·부장에게만 2만~3만원의 통신비를 보조하고 있다.
해외출장·연수 예산도 적지 않았다. 강남 3구가 모두 각각 3억~4억원대를 배정했다. 이는 전체 예산의 0.06~0.08%에 달했는데, 이 비중은 강북 지역 구청(0.02~0.04%)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강남구는 본지가 외유성 출장이라고 지적했던 해외출장·직원연수 등 국외여행 예산을 지난해(3억6000만원)보다 오히려 1000만원가량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1인당 콘도비 지원액은 송파구가 22만8000원으로 1위였고, 강남구(19만 6000원)가 그 뒤를 이었다. 퇴직공무원 지원금도 강남구가 가장 많은 3억7600만원이었다. 1인당 최다 지원액은 서초구에서 나왔는데 643만3000원이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